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됐다. 주요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일본이 무역을 무기화(weaponized)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쏟아냈다.
AP통신은 “(일본 정부의) 결정은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 영향을 줘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이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일 간) 분쟁은 한국에서 전 세계 공장으로 공급되는 주요 전자 부품의 수출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세계 시장을 겁먹게 했다”고 평가했다.
미 CNN은 웹사이트에서 ‘경제전쟁의 선포’라는 제목의 톱기사로 전하며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조치라는 논란이 가중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반도체 시장에 공급되는 메모리 칩의 3분의 2는 삼성과 SK하이닉스에서 만들고 있다. 애플과 화웨이의 메모리 칩도 한국 회사에서 나온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예고했던 전날 헨리 패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학 교수와 에이브러햄 뉴먼 조지타운대 국제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거래를 무기화했다’는 제목의 기고문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의 한국 수출 제한 조치는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무기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이 나라 간의 경제적 공급망을 자국의 전략을 위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와 프랑스 AFP통신 등 유럽 언론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금 지급 판결을 함께 보도하며 이번 사태를 역사적 맥락과 분리하기 어렵다고 봤다.
일본 교도통신은 글로벌 공급망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일본 수출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일본이 다른 나라를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했다가 취소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며 “미국은 한일 간 갈등 중재에 의욕을 나타냈지만 일본이 강행한 형국”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태국 방콕에 머물고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아세안 국가와 한중일 3국은 원 패밀리(one family·한 가족)다. 이런 문제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선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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