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이 5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모리슨의 가족은 그가 폐렴 합병증으로 뉴욕에 있는 몬테피오레 메디컬 센터에서 전일 저녁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그의 죽음이 엄청난 상실이지만 우리는 그가 길고 훌륭한 삶을 살았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이나 장례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1992년 ‘비러브드(Beloved)’로 퓰리처상, 1993년 ‘재즈(Jazz)’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흑인 여성이란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벌어진 각종 인종차별 빛 성차별을 시적 언어와 유려한 문체로 고발해왔다. 대표작 ‘비러브드’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흑인 여성을 통해 비인간적 노예제도의 실상을 파헤쳤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유명 평론가 스탠리 크라우치는 이 작품을 “검은 얼굴을 한 대학살(홀로코스트) 소설”이라고 평했다.
모리슨은 1931년 미 중부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근 철강공장에서 투잡을 하며 똑똑한 딸의 공부를 뒷바라지 했다. 하워드대와 코넬대에서 각각 영문학 학, 석사 학위를 딴 그는 워싱턴에서 교사로 일했다. 단조로운 생활에 지친 그는 1965년 뉴욕으로 거쳐를 옮겨 유명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편집자로 일했다. 당시 “읽을 만한 소설이 없다”는 생각에 직접 글쓰기에 나섰다.
모리슨은 훗날 뉴욕타임스(NYT)에 “작은 방과 작은 두 아이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남편과는 이혼했고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 글을 쓰는 일만이 위로가 됐다”고 회고했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지만 노골적인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기보다 이를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보편적 공감을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타 작가로 급부상했다. ‘가장 푸른 눈’, ‘슐라’, ‘솔로몬의 노래’, ‘자비’ 등도 유명하다. 소설 집필 외에도 비평, 후학 양성 등 폭넓은 활동을 했다. 미 현대문학의 영역을 넓힌 공로로 2012년 미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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