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이 3일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 사건의 영웅들을 집중 조명했다. 자신의 몸을 던져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들의 행보가 끊이지 않는 총기 참사로 흉흉해진 민심을 그나마 달래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주민 데이비드 존슨 씨(63)는 자신을 방패 삼아 총격으로부터 아내와 9세 외손녀를 지켜내고 숨졌다. 신학기를 맞아 학용품을 사려는 손녀를 데리고 참사 현장인 월마트에 왔던 그는 아내와 손녀를 구하려다 세 발의 총탄을 맞았다. 2개월 된 갓난아기를 살리고 자신은 목숨을 잃은 엄마도 있었다. 조던 안촌도 씨(25·여)는 자녀 학용품 등을 사려고 월마트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NBC에 따르면 그는 총소리가 들리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아기를 보호했지만 자신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2개월 된 아기는 골절상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그의 남편 앤드리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CBS는 쇼핑몰 안 놀이방에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한 현역 군인 글렌던 오클리 일병을 소개했다. 그는 13명의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우는 모습을 보고 3명의 아이를 직접 안은 채 탈출했다. 손님 140여 명을 먼저 대피시킨 월마트 직원도 있다.
CNN에 따르면 19년째 엘패소 월마트에 근무하는 길버트 세르냐 씨(36)는 손님들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소리치며 비상 대피로로 안내했다. 어머니와 함께 학용품을 구매하려고 월마트를 방문했던 고객 아드리아 곤살레스 씨(37)도 40여 명의 고객을 데리고 육류 저장소 안으로 대피하는 일을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총기 참사 원인으로 인터넷, 소셜미디어, 비디오게임, 정신질환자 등을 지목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표한 10분간의 대국민 성명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증오 범죄’와 국내 테러리즘을 조사하고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붉은 깃발법(red flag laws) 입안’을 촉구했다. 그러나 자신의 거듭된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총기 사용 규제 같은 근본 대책을 언급하지 않아 주류 언론과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4일 참사 현장인 오하이오주 데이턴을 인근 ‘털리도’로 잘못 언급한 것도 빈축을 사고 있다.
한편 엘패소 사건의 범인이 범행 전 글을 올렸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이트챈(8chan)’은 이날 서비스를 중단했다. 에이트챈은 유머와 일상 소재 등을 담은 글이 중심이었던 설립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공고나 회원 모집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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