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차별 맞서 단결 촉구?…NYT 기사제목 뭇매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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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과거 발언 맥락 무시한 제목" 비판 봇물
SNS선 NYT 구독취소 태그 달기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 논조를 유지해온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다룬 1면기사 제목으로 뭇매를 맞았다.

NYT는 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에디터들은 초판 1면 헤드라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제대로 맥락짓지 못했다고 우려했고, 이를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논란은 미 여론전문가 네이트 실버가 트위터를 통해 NYT 지면 이미지를 올리며 시작됐다. 당시 1면 최상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에 맞서 단결을 촉구하다(TRUMP URGES UNITY VS. RACISM)’라는 제목이 실려 있다.

해당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정작 보편적 총기규제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않고 인종차별적 증오 및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정신질환 등을 탓했다는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NYT의 1면 제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규탄을 지지하는 맥락으로 읽힌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리 랜슨 에머슨대 교수는 이와 관련, 트위터를 통해 “이런 헤드라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행동과 과거 발언들의 모든 맥락을 무시하고, 갑자기 그가 지휘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유색인 신예 의원들에게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왔고, 이같은 발언이 비판을 받자 민주당이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었다. 이에 엘패소 총격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이 부상하는 상황이다.

엘패소 총격과 관련해 ‘트럼프 책임론’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실버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당신이 잘 하는지에 말 그대로 목숨들이 달려 있다, NYT”라고 지적했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도 NYT 초판 1면에 대해 “이건 일어난 일이 아니다(That’s not what happened)”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대국민담화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목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을 받아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주류 기관의 비겁자들이 어떻게 백인우월주의를 돕는지 이 1면을 통해 상기시키자”고 비판했다.

미 월간지 롤링스톤의 저자 자밀 스미스는 트위터를 통해 “이건 ‘토머스 듀이가 해리 트루먼을 이겼다’의 인종차별 버전”이라고 비꼬았다. 이번 논란을 역사상 최악의 오보로 꼽히는 1948년 시카고트리뷴 1면 사태에 빗댄 것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트루먼은 여론조사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듀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시카고트리뷴은 1면에 ‘듀이가 트루먼을 이기다(Dewey Defeats Truman)’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지면을 발행했었다.

NYT 구독자들은 이번 사태에 NYT 구독취소를 독려하는 ‘#CancelNYT’ 태그를 달고 분노를 표출했다. 다만 이번 1면 사태로 구독취소 운동을 벌이는 게 적절한 일인지에 대해선 논쟁이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 기자 줄리 K. 브라운은 트위터를 통해 “헤드라인 저자 한 명의 실수는 그 헤드라인을 쓰지 않은 위대한 기자 집단에 문호를 닫을 원인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헤드라인을 이유로 신문을 처벌함으로써 당신이 모든 저널리즘, 나아가 민주주의를 해친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NYT는 초판 1면 기사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후 제목은 ‘증오를 공격하지만, 총은 공격하지 않다(ASSAILING HATE BUT NOT GUNS)’로 수정했다. 아울러 “우리는 헤드라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번 사례의 경우 더 잘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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