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도부 베이다이허 회의 열어
올해 中정부 수립 70주년 맞아 강력한 지도자 부각 계획 차질
黨내부서도 권력집중 비판론… ‘美와 장기전’ 강경노선 가능성 높아
“중국은 지구전(持久戰)을 하면서 내구력이 더욱 강해진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중국에 미칠 충격의 최고 상승치는 전기(前期)에, 미국에 대한 충격의 최고 상승치는 후기(後期)에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이 6일 베이징(北京)에서 연 세미나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한 연구원의 언급이지만 미중 무역 전쟁에서 향후 중국이 취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7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공산당 최고 지도부와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공개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이달 초 시작됐다. 이 회의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에서 보여줄 ‘장기 지구전’ 노선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경제 회복과 홍콩 시위에서 어려움에 처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할 여지가 적다”며 “양보는 시 주석의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 이미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시 주석이 강경론을 보이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강한 국수주의 성향을 보이는 두 스트롱맨의 장기전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올해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는 10월에 대대적인 군사 열병식을 열어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의 갈등, 경기 둔화와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까지 겹치면서 당 내부에서도 시 주석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당 내부 일부 엘리트들은 시 주석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돼 있다. 정책 결정 실수로 미국을 자극했고, 공격적인 외교로 다른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지도부는 미국에 양보하거나 물러설 경우 리더십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다. 여기에 미중 간 관세 및 환율 전쟁이 중국보다 미국에 더 손실이 크고 미국의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해 대미(對美) 전쟁을 장기 지구전으로 끌고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NYT는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것도 미중 무역 전쟁에서 위안화를 무기로 쓸 수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관세 부과 속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시 주석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미국 농장주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미국산 농산품 수입 중단을 최우선 무기로 꺼냈다”고 봤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WSJ에 “중국이 무역 전쟁 장기화를 준비할 뿐 아니라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에 이은 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에 “좌시하지 않고 반격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높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펴낸 국방백서에서 “미국이 국가안보 국방전략을 조정해 강대국 간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전략 경쟁의 새로운 구조에 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이 무역 외에도 환율, 군사 분야 등 ‘전방위 경제·안보 냉전’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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