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인종차별 사과 없이 방문… 주민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 반발
바이든 “대통령이 대학살 부채질”… 트럼프 “연설 너무 지루… 형편없어”
미국 대통령이 3, 4일 대규모 총기 참사가 발생한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을 찾았다. 하지만 총기 규제 방안 및 자신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아 오히려 갈등만 더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 11시 데이턴 총격 생존자들이 입원한 마이애미밸리병원을 찾았다. 200여 명의 항의 시위대가 그를 맞았다. 이들은 “집에 가라.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부패한 거짓말쟁이이자 인종차별주의자” 등 비난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거센 야유를 보냈다. 대통령을 풍자하는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데이턴에 3시간 정도 머문 트럼프 대통령은 엘패소로 이동했다.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란 팻말을 든 시위대가 또 등장했다. 니나마리 오초아 씨(29)는 NYT에 “대통령의 방문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NYT는 “대통령의 애도에 엘패소는 ‘됐다(No Thanks)’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데이턴에서 엘패소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연설하는 걸 보고 있다. 너무 지루하다. 미국이 바이든 때문에 형편없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바이든 전 부통령은 6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대학살’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에 엘패소가 고향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텍사스)을 향해 “좀 조용히 해라(Be quiet)”라고 썼다. 오로크 전 의원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이 증오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거세다. CNN은 월마트 직원들이 매장 내 총기류 판매 금지를 요구하며 동맹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총기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3일 엘패소 총격과 지난달 30일 미시시피주 총격사건의 장소다.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의 월마트에서 일하는 토머스 마셜 씨는 사내 통신망을 통해 총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사이트에 연대 서명할 것을 호소했다. 8일 오후 10시 기준 4만47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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