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에 제동’ 日 반도체소재 기업들 자구책 마련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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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규제로 한국 수출에 제동이 걸린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한국 및 중국 생산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수출을 허가한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일부 품목은 중국과 대만에 수출할 때보다 더 많은 서류를 내야 하는 등 불편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모리타(森田)화학공업은 올해 말부터 중국 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생산에 나선다. 중국에서 생산한 불화수소를 삼성전자 중국공장 및 중국 반도체회사에 납품하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수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타 야스오(森田康夫) 사장은 이 신문에 “향후 양국 관계에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면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기판(웨이퍼)을 깎아내는 식각(에칭) 과정에 쓰인다. 모리타화학은 현재 중국 공장에서 중간 재료인 불산을 만들어 일본 공장에서 순도를 높인 후 최종 출하하고 있다.

반도체용 감광액(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공업(TOK)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에서도 생산해 한국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문에 “한국 공장에서의 증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광액은 반도체 기판에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에 쓰이는 재료다.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불화수소와 감광액 등을 일본 밖에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해당 소재의 생산 설비나 원료를 일본에서 한국 및 중국의 자사 공장으로 수출할 때는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은 이미 수출 규제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리타 사장은 신문에 “일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 보통 1개월 치인 불화수소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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