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러시아 북서부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뇨녹사 해상 군사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고로 18만 명이 거주하는 세베로드빈스크 일대에 심각한 방사능 유출도 발생했다. ‘제2 체르노빌’ 우려 및 러시아 당국의 은폐 의혹도 커지고 있다.
● 미-러 신무기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실패한 미사일 폭발에 대해 많은 것들을 파악해 가고 있다. 우리는 더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스카이폴’ 폭발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시설 주변과 훨씬 더 먼 곳의 공기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좋지 않다”고 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정연설에서 이번에 폭발한 ‘SSC-X-9 스카이폴’ 대륙간 순항미사일을 언급하며 “사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고 지구 내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자랑한 것을 비꼰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달 초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했다. 냉전 후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을 막아주던 INF가 와해되면서 양국의 신무기 개발 경쟁도 뜨거워졌다.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무기 장착 수중 드론형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음속의 4배, 즉 마하 5(초당 1.6㎞)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도 지난해 말 성공해 2020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카이폴 미사일을 개발한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사장은 12일 사고 희생자 5명의 장례식에서 “신무기를 하루빨리 완성하는 것이 고인들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사고와 신무기 개발의 연관성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6월 미 공군은 마하 5 속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음속 6배인 ‘마하 6’으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인기도 개발해 2030년 이전 배치가 유력하다. 전자기파를 한곳에 집중시켜 고출력을 생성해 발산하는 레이저 무기도 개발 중이다. 빛의 속도로 이동하므로 러시아 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다.
● ‘제2의 체르노빌’ 공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8일 사고 지역 일대에는 방사능 수준이 평상시의 20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날 세베로드빈스크 일대는 30~40분 동안 방사능 수준이 허용치(0.6μSv·마이크로시버트)의 3배 이상인 시간당 2μSv까지 올라갔다. 인테르팍스통신도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를 인용해 당일 낮 12시 반경 방사능 수준이 시간당 1.78μSv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인공위성은 사고 당일 이 지역에서 핵연료 및 폐기물을 운반하는 특수 목적선도 포착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위험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일부 주민은 약국으로 달려가 피폭 위험을 줄여주는 요오드제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현지 RIA통신 등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986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누출 사고 이후 최악의 핵 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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