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새 일왕으로 즉위한 나루히토(德仁·59) 일왕의 첫 메시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나루히토 일왕이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하고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밝힌 것은 부친 아키히토(明仁) 상왕의 ‘평화주의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쟁의 책임을 외면하는 우익 정치인과 대조적으로 아키히토 상왕은 줄곧 종전일 추도사를 통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첫 전후 세대 일왕이다. 레이와(令和) 시대를 연 그가 전몰자추도식에서 어떤 ‘오코토바(お言葉·소감)’를 내놓을지에 전 일본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부친의 지난해 오코토바를 90% 정도 그대로 계승했다. 지난해 부친이 사용한 ‘깊은 반성과 함께’를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등으로 표현만 조금 바꿨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후 일왕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상징적 존재로 바뀌었지만 그 존재감은 계속 바뀌는 총리와 비교할 수 없다. 일본 사회와 정치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의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왕과 달리 이날 추도식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 및 책임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2012년 말 두 번째로 집권한 그는 2013년 8월부터 이날까지 7년간 추도식에서 과거사를 반성하는 내용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이후 역대 총리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가해한 책임을 언급하면서 반성과 애도의 뜻을 밝혀 온 것과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는 추도식 참석 직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도 보냈다. 역시 두 번째 집권 후 7년 연속 계속된 행위다. 다만 한일관계를 추가로 악화시키는 움직임을 나타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일본 외무성 부대신(차관), 기우치 미노루(城內實) 환경성 부대신 등 우익 성향의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일본 의원 50여 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을 삼가고 싶다”면서도 “이전과 비교해 아주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개인적 의견을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대일 비난의 톤을 억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영 NHK방송은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비난의 톤을 억제하고 양국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서두르고 싶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대화, 협력을 거론한 점을 강조하며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일본 비판을 피했다. 관계 개선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대립 격화를 피하고 싶은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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