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2분기(4∼6월) 세계 주요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거나 1분기(1∼3월)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됐다. 무역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각각 수출 및 교역 비중이 높은 독일, 싱가포르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무역전쟁 악영향이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2일 발표된 싱가포르의 2분기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 기준)은 ―3.3%였다. 1분기 때 3.8% 증가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지난해 무역 규모(1조1000억 달러)가 GDP(3642억 달러)의 328%에 달하는 싱가포르는 ‘세계 경제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과거 광부들이 갱도 내 매몰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탄광에 카나리아 새를 들여보냈듯 싱가포르 경제 현황이 세계 경제 전체의 향방을 알려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잇는 무역 요충지였고 지금도 세계 전기 및 기계 장비, 컴퓨터 거래의 핵심 국가다.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보호무역이 득세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2009년 후 10년 만의 최저치인 ―0.1%로 제시했다. 로이터는 “전 세계 보호무역 득세에 대한 경고”라고도 평가했다.
역시 무역 규모가 GDP의 68%에 이르는 영국은 합의안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 우려까지 겹쳐 역시 2분기 성장률이 ―0.2%로 2012년 2분기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GDP의 약 47%를 차지하는 독일의 2분기 성장률도 ―0.1%로 떨어졌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2.1%로 1분기 3.1%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6.2%로 분기별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두 나라의 7월 산업생산도 좋지 않다. 미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2% 줄었다. 중국은 4.8% 증가에 그쳐 2002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치였다.
세계 금융허브 홍콩의 끊이지 않는 반중 시위 등으로 3분기(7∼9월) 성장률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건비 상승, ‘부패와의 전쟁’으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중국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14일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및 증시 폭락에 따른 경기침체(Recession), 즉 ‘R의 공포’도 여전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가 하강기에 접어들었고, 무역전쟁의 악영향도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미국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세계의 소비 기지’ 미국이 예전만큼 그 역할을 다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 가계부채 총액은 13조9000억 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때보다 1조 달러가 많다. WP는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미 소비자들의 지출이 부채에 의존하고 있어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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