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연정 14개월만에 붕괴
동맹당 지지율 상승 믿고 연정 파기
조기총선 통해 다수당 노렸지만 오성운동-민주당 연대 새 연정 협의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 사임을 공식화하면서 지난해 6월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연합정부가 1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연정 해체를 주도한 극우정당 ‘동맹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내각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높아 이탈리아가 정치적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오후 로마 상원 의사당 연설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돼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주 전 연정 붕괴를 선언했던 살비니 부총리에 대해선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불확실성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연정의 한 축이던 ‘동맹당’의 살비니 부총리는 8일 연정 파트너인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의 갈라서기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고속철 사업, 세금, 난민 문제 등에 대한 두 당의 의견 차이였지만, 이면에는 살비니 부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오성운동과 결별한 후 10월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40%대 내외로 지지율이 급상승할 자신의 당이 손쉽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의회에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정당이 없는 데다 정당 간 갈등이 심해 새로운 연정이 구성되지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살비니의 실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예상과 달리 오성운동이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연정을 만들려는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당은 앙숙이었지만 ‘적의 적은 동지’란 판단하에 ‘동맹당’ 견제에 뜻을 모은 것이다. 두 당이 새 연정에 합의하고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오히려 ‘동맹당’이 내각에서 퇴출된다. 자연스럽게 살비니 부총리도 자리를 내놔야 한다.
이 때문에 새 연정 구성과 마타렐라 대통령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지만 내각에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은 의회를 즉시 해산한 후 조기 총선을 실시하거나 새로운 다수정당 구성 가능 여부 등을 정당들과 협의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임시로 국정을 관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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