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소미아 종료에…“신뢰 해치는 대응에 유감, 美와 연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3일 18시 16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발표 이후 일본 각료들의 유감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한 언급이 이어지고 오가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3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등 나라와 나라 간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한국에서 유감스럽게 계속 되고 있다”며 “우선은 한국이 약속을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 조치의 이유로 든 ‘신뢰 문제’를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은 동북아 안보환경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응해 왔다. 앞으로 미국과 확실히 연계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및 일본의 안전에 대응하겠다”며 향후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 관련 정보를 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일본 언론들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협정 폐기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며 미일 양국이 더 밀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한국의 화이트국가 제외 정령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것과 별도로 이미 일본에서는 다음 응수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번째 규제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다”며 “한국의 더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단에 “수출 규제 조치는 엄숙한 자세로 실행하겠다”며 추가적으로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평소 ‘한미일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현재의 안보 환경을 잘못 판단한 대응으로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한미일의 적절한 연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며 한국 측에 재고 요청 의향도 내비치기도 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협정 종료 발표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외무성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 때까지만 해도 협정 연장에 대한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22일 낮 이후부터 일본 정부 내 분위기가 바뀌어 관계자들이 ‘어쩔 수 없다’ 등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이날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관으로부터 ”이제 (파기) 발표할 것입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치권도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8,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의원연맹·일한의원연맹의 합동 총회도 11월 이후로 미뤄졌다. NHK 보도에 따르면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에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정부와 이야기 해 정상적인 궤도로 돌려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도 우려도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정 종료는 한일이 더 이상 우방이 아님을 나타내는 상징적 조치”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 노선을 보인 것에 대해 “기념사 이후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의 태도에 변화가 없었고 협정 종료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해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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