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北과의 불법 해상 환적 연루 기업들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일 16시 03분


미국이 북한 선박과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과 대만, 홍콩 해운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번 제재는 북한이 지난달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된 뒤에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며 대미 비난을 재개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향후 양 측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만인 황왕컨(黃旺根)과 그의 부인 천메이샹(陳美香) 등 2명, 대만업체인 주이팡(瑞榮) 해운과 주이쭝(瑞誠) 선박관리 등 업체 2곳, 홍콩 선박회사인 주이청(瑞邦) 해운 1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황왕컨은 주이팡의 CEO이자 최대주주이며, 천메이샹은 이 회사의 이사회 멤버이자 주이쭝 선박 관리회사의 소유주이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이들이 지분을 가진 파나마 선적의 상위안바오호(號)를 동결자산으로 지정했다. 상위안바오호는 이미 지난해 10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사실이 발각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는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의 불법적인 해상 환적에 연루된 개인들과 법인, 선박들에 대해 미국 및 유엔의 기존 제재들을 이행하고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해운사들은 그들이 (제재 회피를 위해) 시도해온 사기적 수법들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중대한 제재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북한 선적 선박들과 환적을 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화물의 최종 목적지는 북한의 남포항이었다.

황왕컨은 지난해 4, 5월 사이 170만 리터의 정제유를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상위안바오호에서 북한의 백마호(號)로 옮겨 싣는 일에 관여했다. 당시 해당 정제유 제품이 필리핀으로 수출되는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백마호로 옮겨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안바오호는 지난해 6월에도 북한 선적의 명류1호(號)와 추가로 정제유를 환적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제재 카드를 앞세워 북한에 재차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 문을 열어놓고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하면서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는 유지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1일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역사상 가장 센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7일에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지역행사에서 북한을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하는 국가로 규정하면서 “우리(미국)는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발언을 의식한 듯 이번 조치가 기존의 제재 리스트에 명단을 추가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재무부는 자료에서 “기존 제재에 대한 시행 및 집행을 지속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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