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동북부 아삼주에 거주하는 190만명의 주민이 하루아침에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주정부가 무슬림 주민 일부를 상대로 시민권을 보유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삼주 정부는 전날(31일) 국가시민명부(NRC)를 확정하면서 전체 주민 3300만명 가운데 190만명을 시민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주정부는 이들이 방글라데시 독립 직전인 1971년 이전에 아삼주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방글라데시와 맞닿은 아삼주는 인도 내에서 무슬림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방글라데시가 인도로부터 독립한 이후 많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민자가 인도로 이주해왔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이에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기 위한 명목으로 시민명부 등록 절차를 벌여 지난해 7월 시민명부 초안에서 410만명의 주민을 제외했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 190만명에 대해 최종적으로 시민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시민권이 박탈될 경우 이들 주민은 ‘외국인’으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던 복지 혜택이 모두 사라지고, 최악의 경우는 당국에 억류되거나 국외로 추방될 가능성도 있다.
인도 정부는 190만명 주민을 상대로 시민권을 최종적으로 박탈할 때까지 4개월 시한을 제시했다. 이 기간 내에 아삼주 거주 사실을 마지막으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인도 외교부 라베쉬 쿠마르 대변인은 이날 “시민명부에서 제외된 주민은 구금되지 않을 것이고, 모든 구제방법을 사용할 때까지 종전과 같은 권리를 계속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아삼주 내 무슬림 주민을 겨냥한 ‘인종청소’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명부에서 제외돼 무국적자 또는 외국인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는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FT는 “명부에서 제외된 주민 대부분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일 여력이 없는 빈곤층”이라며 “인도 정부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들을 장기 구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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