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뒷전으로 밀려나는 볼턴… 안보현안 회의서도 배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3시 00분


트럼프와 외교정책 시각차 커져
아프간대책회의 참석명단서 빠져… 멀베이니에 항의해 뒤늦게 참석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현안에서 속속 배제되고 있으며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NSC) 무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핵심 정책에 대한 볼턴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차이가 워낙 큰 데다 그가 기밀을 누설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주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도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당초 지난달 16일 뉴저지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클럽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관련 회의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가 모조리 참석했지만 그만 빠졌다. 이에 볼턴 보좌관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항의한 후에야 간신히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평소 탈레반 반군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반대해왔다. 비용 문제를 이유로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군 해외 철수를 주창해왔고 최근 아프간에서의 철군을 위해 탈레반과 협상을 시도 중인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 시리아 문제에서도 그와 대통령은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수차례 이란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시에도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고 몽골을 찾았다. CNN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거론했다 북한 측을 화나게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진화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볼턴 배제’가 미국의 국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을 거스를까 두려워 다른 공직자들 또한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대통령은 충분한 분석 없이 왜곡된 견해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해외 각국에도 볼턴 보좌관 등 미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를 거치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하고만 대화하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존 볼턴#미국 보좌관#트럼프#외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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