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이 3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당론을 어기고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표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낸 집권 보수당 소속의원 21명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가디언, BBC에 따르면 보수당 제1원내총무(Chief Whip)인 마크 스펜서 의원은 이날 반기를 든 21명의 의원에 출당의 뜻을 물었다고 전했다.
21명에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필립 해먼드 의원, 법무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고크 의원, 하원 최장수 현역 의원인 켄 클라크 의원,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손자인 아서 니컬러스 윈스턴 솜스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 중 10여명은 탈당 의사를 밝혔다고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앤드리아 레드섬 기업부 장관은 표결이 끝난 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수당 반란파를 당에서 당장 쫓아내진 않을 것이라며 “21명의 의원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를 든 의원들에게 “하룻동안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던 레드섬 장관은 존슨 총리의 출당 결정 소식에 “21명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모두 당적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급하게 입장을 변경했다.
이들 21명은 앞서 하원에서 진행된 ‘브렉시트 연기’ 법안 표결을 위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들이다.
찬성 328표 대 반대 301표로 결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향후 브렉시트 의사일정 주도권을 확보한 노동당 등 노딜 브렉시트 저지파는 4일 브렉시트 연기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 반란파는 표결을 마치고 의회 로비를 걸어나가며 “우리의 결정은 노딜을 막는 촉매제가 되었다”며 “해방감을 느낀다”고 취재진에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해먼드 의원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천권을 갖고 위협한 존슨 총리를 향해 “다음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평생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샘 기마 의원은 “존슨 총리의 발언은 나같은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는 선택지를 준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의 탈당 조치로 보수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졌다.
존슨 총리의 출당 조치로 집권 보수당과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미니정당 민주연합당(DUP)의 연정은 이제 의석 과반에서 크게 멀어지게 됐다.
영국의 하원 의석수는 총 650개다. 1석 차이로 의석 과반을 확보하고 있던 보수당(311석)과 민주연합당(10석) 연정은 이날 필립 리 의원의 탈당으로 이미 과반에서 무너졌다.
의석이 줄어들었다고 보수당 내각이 바로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그가 원하는 방안을 통과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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