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아베 美옥수수 수입 약속에 日업계 ‘당혹’”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6일 17시 14분


아베, 자국 '해충피해' 들며 미국산 옥수수 수입 약속
업계 관계자 "갈 곳 없는 옥수수 수입할 수 없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의 사료용 옥수수 수입을 약속한 데 대해 일본 사료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국내 옥수수 해충 피해를 이유로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앞당겨 미리 수입하기로 했으나, 업계는 이를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해충 피해로 인한 부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중국 때문에 옥수수가 남아 돌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이를 사기로 했다고 자랑했다.

아베 총리도 해충 피해 때문에 옥수수를 사겠다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이 구입할 방침을 밝혔다. 당시 마이니치신문 등은 일본이 약 270만t의 옥수수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앞당겨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에서 수입하게 되는 옥수수는 해충 피해를 입은 옥수수와는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료용 옥수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해 열매를 사용하는 옥수수다. 이 옥수수는 미국과 브라질에서 주로 연간 1100만t을 수입한다. 해마다 점유율에는 변동이 있으나, 지난해 수입된 양의 90%는 미국산이었다.

이와 다르게 전부 익기 전 열매와 잎, 줄기를 수확한 다음 발효시켜 목초 등과 함께 사용하는 섬유질이 많은 사료용 옥수수가 있다. 일본 농가들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450t으로 충분히 충당하고 있다. 이 옥수수는 주로 축산 농가가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지난 7월 해충 피해를 입은 옥수수는 발효시키는 데 쓰이는 옥수수다. 지난달 말 간토(?東) 지방 등 62개 기초자치단체(시정촌·市町村)에서 해충이 발생했다. 때문에 농림수산성은 지난달 농가들에게 사료용 옥수수 등을 앞당겨 구입하는 상사와 기업에게 보관비용을 지원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미국에서 앞당겨 수입하겠다는 옥수수는 열매만을 쓰는 옥수수로, 해충피해를 입은 옥수수와 다르다. 게다가 미국산 옥수수는 가격면에서도 브라질산 보다 비싸 앞당겨 구입하기 어렵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산 옥수수는 브라질 산에 비해 1t 당 10달러 정도 비싸다.

옥수수를 사용하는 대형 사료 업체는 신문에 “당장 필요한 양은 브라질산으로 구해두었다”고 밝혔다. 수입 관계자는 “실수요가 없으면 사료 기업들은 구매하려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갈 곳도 없는데 미국산을 앞당겨 수입할 수 있겠는가”고 의문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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