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전문가 “함박도 北군사시설, 美전략에 영향…소극대응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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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1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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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부가 이런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걱정”

사진=TV조선 갈무리
사진=TV조선 갈무리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위치한 섬 함박도에 북한이 군사시설을 배치하면 미국의 한반도 방어 전략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함박도는 행정구역상 남한 주소로 돼 있지만 NLL 북쪽에 위치해 관할권 논쟁이 일고 있는 섬이다.

11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날 이 매체를 통해 “북한이 실제로 방사포 등을 함박도에 배치한다면 한국을 겨냥한 무기의 타격 범위와 대상을 늘리는 것으로, 과거와 달라진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의 한반도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함박도에 군사시설을 배치하면 미국인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박도에 어떤 무기와 시설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위협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함박도에서 45km 거리에 있는 인천공항과 60km 떨어진 인천시는 북한의 240mm 다연장로켓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며 “거리상 효율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북한의 대공미사일 SA-2 타격 범위에도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 당국이 함박도 문제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은 항상 점진적인 전력 증강 추세를 보여왔고, ‘그 정도는 괜찮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북한은 ‘비탈길을 내려가듯이’ 병력·레이더·로켓포 등으로 군 자산 수위를 올린다는 게 베넷 선임연구원의 진단이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주한미군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지역을 한국 군 당국이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면서 “마치 미국이 북동부 국경과 캐나다를 가르는 나이애가라 폭포 일부를 캐나다에 쉽게 양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달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함박도에 감시장비와 레이더가 설치돼있지만,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면서 유사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함박도에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9.19 남북군사합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함박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함박도에서) 북한이 통신방해기를 설치해 방해 전파를 발신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발사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방부가 이런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묘사하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한국이 자국의 안전을 지키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노출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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