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스페인 총선에서 승리한 후 과도내각을 이끌고 있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의회 신임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11월10일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됐다. 4년 사이에 무려 네 번째 총선이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새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정당으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펠리페 6세 국왕은 “산체스 총리는 의회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의회 신임을 얻기 위해 새 총리 후보를 내세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국왕은 지난 이틀간 당 지도자들과 만나 회담을 개최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은 지난 4월28일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350석 중 123석을 획득해 제1당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확보한 의석이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수(175석)에 한참 못 미치면서 사회당은 지난 3개월간 급진좌파 성향의 포데모스(42석)와 정부 구성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양측이 일부 각료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7월 내각 신임안이 의회에서 연거푸 부결됐고, 새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정부 구성을 위한 시한(23일)은 아직 일주일 가량 남았다. 하지만 산체스 총리 자신은 물론 야권까지도 사실상 선거 준비에 돌입, 큰 변화 없이 총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회견장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연정 협상 교착상태의 책임을 야권 탓으로 돌렸다.
그는 스페인 국민들을 향해 “다시 투표를 할 땐 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자신이 이끄는 사회당에 더 많은 표를 줄 것을 촉구했다. 그래야 ‘큰 도전에 직면한’ 스페인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산체스 총리는 강조했다.
스페인은 지난 2015년 12월 선거에서 전통적인 양당 체제가 무너진 후 정치적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총선에서는 극우 복스가 처음으로 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정국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새로 총선을 치르더라도 사회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 구성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영국 소재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안토니오 바로소 분석가는 “새로운 선거는 또 다른 분열된 의회를 가져오는 데 그칠 것”이라며 “올해 말 이전엔 정부가 수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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