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인하 타령’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8일(현지시간) 또 한 번의 금리인하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공을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넘겼다. 파월 의장의 한 수는 “자, 기준금리를 또 내렸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7월처럼) 보험성 조치이지 추세적인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건 아니다”란 메시지를 준 것이었다.
연준은 이날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p) 내렸다. 지난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0.25%p 인하를 단행한데 이은 것.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하 폭이 더 컸어야 했다는 건지 트위터를 통해 “제롬 파월과 연준은 또다시 실패했다. 배짱도 없고 감각도 없으며 비전도 없다. 아주 엉망인 커뮤니케이터다”라고 실망의 목소리를 크게 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서, 경제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정치적 판단이 싫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시 말하면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는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 중앙은행은 불안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조치했고 미 경제는 이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으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들었다. 이 불확실성에 대적하기 위해 보험성으로 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한 파월 의장은 이후 “우리(연준)가 이제 충분히 했다고 말할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나빠지고 그 때 우리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 금리인하가 거시경제 지표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달 잭슨홀 회의 기조연설에서 했던 발언과 다르지 않다. 7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7월의 금리인하와 관련해 “단지 중간 사이클상의 조정이었다”고 했다. 추세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발언이었는데 잭슨홀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의 싹을 잘랐다.
그는 당시 현재 시장에 불확실성이라는 부담을 안기고 있는 무역정책을 세우는 건 연준이 아니라 의회와 행정부의 일이라고 했고, 통화정책은 소비 심리와 기업 투자 등을 견인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이걸로 국제무역을 어쩔 순 없다고도 했다. 또 미국 경제는 현재 양호하며 연준의 목표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즉, 불확실성을 만들면서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행정부를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추세적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한 말이어서 시장은 다소 충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지만 7월 금리인하 때부터 파월 의장을 겨냥해 금리인하를 주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모두 서른 차례나 됐다. 들들 볶인 연준은 그래서 또 지표 상으론 거시경제 상황이 괜찮다면서도 무역 불확실성을 들어 9월 FOMC에서도 금리를 인하했다. 그리고 그 뿐,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필요없다는 입장을 또 보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그래서 파월 의장의 이번 선택을 두고 “이제는 네(트럼프 대통령) 차례야”라고 말한 셈이라고 표현했다.
파월 의장은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이건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라면서 “두 눈이 떠졌고 우리는 이 상황을 보고 있다. 우리는 금리를 두 번이나 내렸다”라고.
이날 FOMC에서 위원들이 낸 의견들은 상당히 갈렸는데 10명의 위원 중 3명은 금리인하에 반대했다. 반대 의견이 이렇게 나온 건 지난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반대한 이들 중 두 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고 한 사람(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5%p 인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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