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 만나 대책 논의… 사우디 “이란서 만든 드론 확실”
정유시설서 찾아낸 잔해 공개… CBS “하메네이가 공격 승인”
이란 “美-사우디가 공격땐 전면전”… 후티 반군 “우리가 사우디 공격”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배후로 지목한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 취재진으로부터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군사 공격 외에도 많은 방안을 갖고 있다. 강화된 제재를 48시간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후의 방안은 전쟁 돌입을 의미하지만 지금 그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고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 지다에서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공격적이고 무모하며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 이란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양국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사우디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이란의 공격은 사우디에 대한 직접적 ‘전쟁행위(act of war)’”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19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사우디가 이란을 공격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면전(all-out war)으로 갈 것이다. 매우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이 발언이 전날 폼페이오 장관의 ‘전쟁 행위’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자리프 장관은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군사적 갈등에 직면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진중한 성명들을 발표해왔다”고 덧붙였다.
피격 배후를 놓고 미국과 이란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 CBS방송은 18일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번 공격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CBS는 또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남서부 아바즈 공군 기지에서 공격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가지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사우디 군도 자국 석유시설을 공격한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잔해를 이날 공개하며 이들 무기가 ‘이란제’라고 밝혔다. 사우디군은 무인기가 사우디 남부인 예멘이 아니라 이란 방향인 북쪽에서 날아오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반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해온 예멘 후티 반군은 14일 공격에서 자신들이 사용한 무인기 기종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자신들의 소행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공격에) 작전 반경 1500∼1700km인 장거리 무인기와 최근 개발한 제트엔진 장착 신형 무인기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후티 반군 근거지에서 피격 지점까지 거리가 1000km 이상 떨어진 점을 들어 이란이 배후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시아파 맹주’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주도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7년 하메네이를 ‘히틀러’에 비교할 만큼 이란에 적대적이다. 다만 사우디의 부실한 방공망과 이란의 강력한 군사력을 감안할 때 강경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나드 헤이컬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잃을 것이 많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방화범(이란)은 잃을 게 없고 정밀하게 계속 타격할 역량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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