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특정인의 얼굴을 찾아내는 중국식 ‘안면인식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신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인권 침해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처럼 ‘전체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인도 전역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안면인식 데이터 중앙 집권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공급업체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정착하면 정부 데이터베이스(DB)와 연계돼, 범인을 추적하고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가 특정인의 얼굴을 인식한 뒤 경찰이 이를 기존 DB와 대조해 범죄 용의자로 밝혀지면 체포하는 식이다.
정부는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으로 세계 최악 수준인 인도의 경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CCTV 제조기업에도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인도의 안면인식 시장은 2024년까지 43억달러로 약 6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측 주장과 달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지는 미지수다. 인도 CCTV 스타트업인 스타큐 테크놀로지스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은 아직 카메라 기술력이 부족해 파나소닉, 허니웰, 하이크비전 등 주로 외국 기업들이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인도에서는 데이터 사생활 보호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와 입찰자 간 회의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지 등 핵심에서 벗어난 논의만 계속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또 이 기술이 악용될 경우 전 국민이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높다. 특히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는 인도에서는 오랫동안 차별받아 온 불가촉천민(달리트)이나 소수 인종이 취약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반체제 인사나 인권 활동가를 색출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중국 CCTV 제조사 하이크비전 제품의 경우 얼굴이나 신체 특징, 걸음걸이로 어디서나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간첩이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인도 연방정부 싱크탱크는 하이크비전이 인도 전역에 약 15만대의 CCTV를 설치할 경우 중국 정부의 불법적인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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