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째 이어지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21일 또다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 AFP통신·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 수천명은 이날 심천에서 가까운 홍콩 툰먼 지역에서 ‘중국은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행진을 벌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패턴. 시위는 처음 평화롭게 시작됐다. 이들은 ‘홍콩을 되찾자’ ‘우리 시대의 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소수 시위대가 관공시설에 걸려있던 중국 오성홍기를 치우고 불태우려 했고, 경찰이 시위대가 밀집한 공원을 급습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격렬한 일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벽돌을 던졌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대응했다. 심각한 부상자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폭력 양상은 중상 3명을 포함해 8명이 부상한 지난 주말보다는 덜했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가 체포됐다고 AFP는 말했다.
친중파 단체들이 시위대가 지하철역 인근 벽에 붙인 시위 포스터를 제거하면서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충돌이 불거졌다고 폭스뉴스는 말했다. 시위가 시작된 이래 홍콩 여러 지역에는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중국의 간섭을 비난하는 메시지가 붙은 일명 ‘레넌벽’이 등장했다. ‘존 레넌의 벽’(John Lennon Wall·連?牆)으로 불리는 이 벽은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에 대한 의견을 포스트잇에 쓰고 이를 벽에 붙인 것이다.
친중파 의원 주니어스 호는 21일 약 100개의 레넌벽을 깨끗하게 치우자고 제안했었다. 이후 그는 ‘안전을 위해’ 레넌벽을 청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부 친중파 시위대가 레넌벽을 훼손하면서 반중파 시위대와 충돌이 일었다.
송환법 반대 시위로 시작한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완전 철회 선언 이후에도 4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가 완전한 홍콩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가운데 당국은 여태까지 시위 참여자 1300명 이상을 체포했다.
반중국 성향으로 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홍콩 가수 데니스 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이제 중국 정부를 위해 봉사하는 ‘경찰국가’(police state)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3개월 반 동안 우리는 홍콩 경찰이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홍콩은 정부가 경찰력 뒤에 숨어서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 찾기를 거부하는 경찰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활동가 조슈아 웡과 데니스 호 등 시위 주역들은 최근 미국과 독일, 대만, 호주 등을 방문해 홍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청문회에 참석해 중국 정부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해달라고 촉구했다.
웡은 미 의회가 연말 내에 홍콩 시위대의 시민권을 보호하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낙관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미 의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이 법안은 지난 6월 중국군의 개입 우려 등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발의됐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에 관세와 투자, 무역, 비자발급 등에 있어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법안은 국무부가 매년 홍콩 당국이 인권과 법치주의를 존중한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한, 홍콩의 특별 지위를 종식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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