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은 ‘치유’에 있습니다. 전쟁과 대립으로 상처받은 남한과 북한이 소통을 통해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세계적 플루트 연주자 안드레아 그리미넬리 씨(59)가 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100년 전통 ‘샹젤리제 극장’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친선 평화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전 한 말이다. 올해 12회째인 이 음악회는 ‘한국의 메아리’(에코 드 라 코레)라는 문화기획단체가 양국 지원을 받아 개최했으며 ‘평화’가 주제다. 이날 49개국 주프랑스 외교 사절이 대거 참석했다.
이탈리아 태생인 그리미넬리 씨는 34년간 클래식 연주 분야에서 독보적 명성을 얻었다. 1991년 이탈리아 정부의 기사 작위, 2003년 이탈리아를 빛낸 공로자로도 선정됐다. 유럽에서는 ‘전설의 피리 부는 사나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날 한국인 최초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씨, 레 시에클 오케스트라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다. 바이올린을 비롯해 다른 악기와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실제 그가 세계적 플루트 연주자가 된 배경에는 연주력 못지않은 편곡실력에 있다.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한 상당수 클래식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동원되거나 바이올린 등 현악기와 협주하는 곡이 많다. 서정적이고 맑은 소리를 내는 대신 세기가 부족한 플루트는 피아노 외 다른 악기와 협주하기가 쉽지 않다. 플루트 연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해도 소리가 악기에 묻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미넬리 씨는 플루트와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등 다른 악기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소리의 균형점’을 찾아낸 편곡을 고안해 클래식계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는 편곡실력을 토대로 영국 가수 엘튼 존, 스팅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와도 협업을 해왔다.
그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개최 목적이 단순히 양국 교류가 아닌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 평화가 무너지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가 생기고 있다.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힐링을 주는 최고의 치료제”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작곡가이기 전에 ‘빨간 머리 신부’로 유명했던 비발디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려 했던 것 역시 평화”라며 웃었다.
그리미넬리 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현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부부가 싸운 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이혼하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 화해할 수 있다. 남북은 한 가족이나 부부 같은 사이니 서로 소통해 평화를 이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빈곤층 아이들을 돕는 자선 사업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콜롬비아 아이들은 3시간 걸어가 학교에 가고 오염된 물을 마시다 죽는다. 콜롬비아 출신인 아내의 영향으로 이 지역에 매일 300명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물과 음식, 오토바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 한국-프랑스 친선 콘서트를 12년째 기획해온 이미아 에코 드 라 코레 대표는 “이제는 양국 교류를 넘어 유럽 사람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공연으로 인식돼 가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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