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통령과 공동회견 중 기자가 ‘우크라’ 묻자 “가짜 미디어”
얼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도… NYT “시프가 고발자 미리 접촉”
반격기회 잡은 트럼프 폭풍 트윗… “시프는 반역죄 저지른 하류인생”
탄핵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공개석상에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대로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대통령의 태도는 ‘트럼프 기준(Trump Standard)’으로 봐도 유달리 격하다”며 탄핵 시도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를 표현했다고 해석했다. CNN도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러시아 스캔들) 때와 달리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추가로 드러날 사안들로 인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물론이고 내년 11월 재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묻는 로이터 기자에게 “내 말 듣고 있나? 난 이미 긴 답을 줬다. 여기 핀란드 대통령이 있다. 무례하다”고 소리쳤다.
이어 “(의혹은) 다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을 누가 하는가.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 가짜뉴스 미디어”라고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핀란드 대통령에게 질문할 차례인데 왜 자신에게만 하느냐는 표정으로 수차례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정적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는 완벽했으며 수사에 대한 대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군사 원조 중단을 언급하며 수사를 압박했다는 미 언론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부자는 완전한 사기꾼”이라는 원색적 비난도 퍼부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때 동석했다는 이유로 의회의 출석 요구를 받고 있는 측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선 “고결한 사람”이라며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0여 건의 ‘폭풍 트윗’을 통해 민주당을 비난했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하류 인생이다. 반역죄로 봐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또 중앙정보국(CIA) 직원으로 추정되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매우 부정확하다”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내부고발자가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하원 정보위원회 관계자와 사전 접촉해 사안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시프 정보위원장도 탄핵 조사 전부터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를 두고 “시프 위원장이 고발장 작성을 도왔다”고 주장하며 반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일레인 케이마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이 왜 백악관의 기존 체계가 아닌 별도의 체계에 저장되어 있었는지가 탄핵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부고발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렇다”고 주장했고 백악관은 “두 정상의 통화에 국가안보에 민감한 사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백악관 주장대로 통화 내용에 국가안보 사안이 담겨 있으면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권력 남용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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