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모국어 시험 건너뛴 伊 교육장관의 ‘내로남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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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포퓰리즘 정당 소속 장관… “아들 해외서 성장” 국제학교 입학
이탈리아어 시험 선택 안해… 비난 들끓자 “사생활 보호하라”

지난달 초 취임한 로렌초 피오라몬티 신임 이탈리아 교육장관(42·사진)이 아들을 영어를 사용하는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모국어 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야당은 “이탈리아어를 경멸하는 사람이 이탈리아 교육을 대표할 수 없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좌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소속인 피오라몬티 장관은 당내에서도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인물로 꼽혀 왔다.

4일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피오라몬티 장관은 3년 전 아들(8)을 수도 로마의 국제학교에 입학시켰다. 이 학교는 외국인 학생이 30∼40%에 달하고 1, 2학년은 100%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이탈리아어 수업은 3학년부터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이탈리아어 시험 또한 선택 사항이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아들이 3학년에 진학하기 전인 지난해 학교 측이 “이탈리아어 시험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자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장관의 아들이 이탈리아어 수업을 듣긴 했지만 이탈리아어를 잘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아들은 현재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아들이 해외에서 태어났다. 또 국제학교 입학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막 돌아와 이탈리아어로 읽고 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항상 ‘언론의 자유’를 지지해 왔지만 여덟 살짜리 아이까지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하는 것은 폭력 행위”라며 “아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진정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FdI)’의 페데리코 몰리코네 부대표는 “이탈리아 교육을 총괄하는 장관이 아들을 영어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느냐. 모국어에 대한 모독”이라며 즉시 사퇴를 요구했다.

시에나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피오라몬티 장관은 유럽 통합 및 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환경친화적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남아공 프리토리아대 등에서 교수를 지냈고 여러 권의 책도 펴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 각국 언론에도 활발히 기고했다. 지난달 오성운동과 좌파 민주당의 연정이 출범함에 따라 교육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한 달간 톡톡 튀는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주에는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결석 처리하지 말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또 종교적 다양성을 위해 학교 교실에서 십자가를 떼어야 한다고 주장해 가톨릭계의 반발을 샀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탈리아 교육장관#아들 모국어 시험#로렌초 피오라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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