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 살레흐 대표 ‘평창문화대회’ 참석
“대원들끼리 종교-정치 얘기 안해”
“가장 심했던 폭격을 꼽기란 어려워요. ‘이번 폭격이 가장 끔찍하다’고 생각한 뒤에 또다시 ‘이번이 가장 끔찍하다’ 싶은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4일 강원 평창에서 만난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의 라에드 살레흐 대표(35·사진)는 가장 참혹했던 일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3∼6일에 열린 ‘2019 평창 세계문화오픈대회’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주제로 개막 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하얀 헬멧은 시리아 내전에서 희생되는 무고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 2013년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결성한 시리아 민방위대를 뜻한다. 단체 이름처럼 하얀 헬멧을 쓰고 구호 현장을 누비는 이들은 지금까지 11만5000여 명의 시민을 구조했으며, 2016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살레흐 대표 역시 과거에는 평범한 전자제품 회사 판매원이었다. 그가 구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 시리아 남부 다라주에 살던 그는 처음에는 부상자들을 병원이 있는 터키 국경 지역까지 옮기는 것을 도왔다. 그러다가 2013년 재단사, 건축가 등 또 다른 평범한 시민 20여 명과 힘을 모아 폭격받은 건물 안에서 부상자들을 찾아 구조하는 하얀 헬멧을 시작했다.
정치, 종교, 민족이 복잡하게 얽힌 시리아 내전에서 하얀 헬멧은 인도주의를 강조한다. 살레흐 대표에게 종교를 묻자 조금 주저하다가 ‘이슬람 시아파’라고 답했다. 하얀 헬멧을 ‘반군과 서방세계의 사주를 받은 조직’이라고 비난하는 시리아 정부는 시아파, 반군은 수니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하얀 헬멧은 종교와 이념 차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그는 분명하게 말했다.
살레흐 대표는 “제 비서는 기독교도인 것으로 안다. 다른 대원들의 종교는 모른다. 서로 종교나 정치관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호 현장에서는 때로 목숨을 위협받는다. 훗날 정부군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에 굴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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