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 반발로 중단됐던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재개…관람 인원·방식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8일 17시 13분


일본 극우 세력의 테러 예고 및 협박으로 전시가 중단됐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8일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예술문화센터에서 재개됐다. 전시 중단 두 달 만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8월 1일부터 개막한 일본의 대표 예술 축제 중 하나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속 전시 행사 ‘표현의 부자유(不自有)전-그 후(부자유전)’에서 공개됐었으나 우익들의 항의로 3일 만에 중단됐었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에 반발해 ‘보이콧’을 선언했던 작가들의 작품 14개도 다시 공개됐다. 모두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폐막하는 14일까지 약 7일 간 전시될 예정이다.

평일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1350여 명이 몰리자 주최 측은 안전 문제를 우려해 30명 씩 총 2번에 걸쳐 추첨으로 입장객을 선발했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전시물을 보기 위해 도쿄에서 왔다”는 스기타 모모 씨는 “이를 숨긴다든지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시 재개는 지난 달 말 결정됐으나 안전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으며 당초 ‘이르면 6일’이라는 발표보다 이틀 늦게 재개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7일 기자회견에서 “안전 보안 대책 강화에 만전을 다해 재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익 세력의 집단 항의 및 테러 등에 대처하기 위해 △입장은 추첨 방식으로 1회 당 30명으로 제한 △입장 전 신분증의 제시를 요구 △상담 전화는 1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종료 시키는 시스템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전시장 입구 앞에서는 경비원들이 금속 탐지기를 들고 관람객의 몸을 수색하는 가 하면 벽면에는 ‘사진 및 동영상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게재를 금지합니다’라는 문구가 붙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이런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쓰며 입장했다.

1차 추첨에서 탈락한 소부에 오사무 씨는 2차에 재도전해 평화의 소녀상을 관람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종차별을 조장시키는 행동을 용서할 수 없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누가 뭐래도 ‘반전’을 전하려는 전시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우 인사들은 전시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시 재개 철회를 주장했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 전시에 대해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반대해 온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도 참석해 “이 전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의 폭력’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사전에 ‘항의에 대한 내용 보고’가 불충분 했다며 예술제에 지급하기로 했던 교부금 7800만 엔(약8억6900만 원)을 취소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재개에도) 교부금 취소 방침을 바꿀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나고야=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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