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중심인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州)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탈루냐 분리를 강행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스페인 대법원의 14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독립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 간 격돌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과 EFE통신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12일 바르셀로나에서 1만 명 이상이 모여 ‘카탈루냐 분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손에 든 스페인 국기를 흔들며 “독립 반대”를 외치며 시가지를 누볐다. 수십 명이 들 수 있는 초대형 스페인 국기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규모 시위가 펼쳐진 이유는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이 목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구 750만 명의 카탈루냐 지역은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는 물론 자치경찰까지 운영해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2017년 10월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후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자 스페인 정부는 경찰병력을 투입했고, 카탈루냐 독립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로 확산했다.
이 사건은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오리올 중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 등 지도부 12명이 반역죄로 기소됐다. 스페인 검찰은 이들에게 최고 25년형의 징역을 구형했고, 대법원의 14일 선고를 앞두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카탈루냐 독립 찬반 갈등이 다시 증폭된 것이다.
카탈루냐 독립 찬성 측은 지난달 11일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광장에 모여 대규모 가두행진을 펼쳤다. 대법원이 선동과 공금유용 등을 인정해 최고 징역 15년을 선고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찬반 양측 간 감정이 격해지면서 지난달 말에는 카탈루냐 독립 찬성단체인 분리주의단체 공화국수비위원회(CDR)에서 폭탄제조 물질이 발견돼 경찰이 관련자들을 테러 기도 혐의로 체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4일 실제 유죄가 선고되면 더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카탈루냐 최대 민족주의 성향 단체인 카탈란국민회의(ANC)와 옴니움 쿨투랄은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결하면 대규모 장외집회와 총파업을 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는 역사와 지역경제 격차 탓이다. 카탈루냐 지방의 국내총생산(GDP)은 스페인 전체 GDP(약 1조1800억 유로)의 5분의 1에 달한다. 세금 비중도 가장 높다. 카탈루냐 지역민은 “중앙정부가 우리가 낸 혈세를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부 지방과 카스티야 지방에만 집중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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