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12일 저녁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 상륙한 하기비스는 13일 오전까지 도쿄(東京)를 포함한 수도권 간토(關東) 지방과 도호쿠(東北) 지방에 대형 비 피해를 냈다. NHK 방송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 현재 30명이 사망하고 15명이 행방불명됐으며 177명이 부상을 당했다.
도쿄는 12일 오후 9시경 하기비스의 집중 피해를 입었다. 주말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쿄 도민들이 식량을 사재기하면서 편의점과 슈퍼의 식품 코너는 텅 비었다. 수도권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은 13일 항공기 착륙을 재개했지만 출발은 상당수 결항됐다. 이날 오전 현재 일본 전국의 항공기 818편이 결항됐다.
이번 태풍이 동반한 폭우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箱根)정에는 1001mm, 시즈오카현 이치야마(市山)에는 760mm의 비가 내렸다.
특히 물폭탄으로 하천이 범람한 지방 일부에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일어났다. 13일 오전 6시경 나가노(長野)현 나가노시 호야쓰(穗保) 지구의 하천 제방이 70m가량 붕괴되면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지붕 위로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뿐 아니라 자위대원 2만7000여 명도 구조에 동원됐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10개 하천의 제방이 붕괴됐고, 77개 하천이 범람했다. 도쿄도에서도 다마가와(多摩川) 하천이 범람해 세타가야(世田谷)구 일대가 침수됐다. 도쿄도 내에 1044곳의 피난소가 설치됐고, 13일 0시 현재 7만6235명이 피난했다. 일본 전국적으로 피난 지시와 피난 권고를 받은 대상자는 일시적으로 1300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42만여 가구는 정전 피해를 입었다. NHK는 “후쿠시마(福島)현 다무라(田村)시가 보관하고 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성 폐기물 자루 약 2700개 중 일부가 12일 폭우로 강으로 흘러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은 12일 오후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 13개 광역지자체에 ‘폭우 특별 경보(경계 레벨 5)’를 발표했다. 전원 피난을 지시하는 ‘경계 레벨 4’보다 더 높은 최고 수준 경보다. NHK 방송 아나운서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행동을 취해 달라”고 반복해 말했다.
하기비스는 국제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12, 13일 럭비월드컵 3개 경기가 중지됐다. 럭비월드컵 역사상 경기가 중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정에 따라 무승부로 처리됐다. 해상자위대는 14일 가나가와현 사가미(相模)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국제 관함식을 취소했다.
태풍 하기비스는 13일 정오 무렵 태평양 해상으로 빠져나가 온대성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소멸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7월 24일∼8월 9일)을 앞둔 일본 정부는 무더위 대책뿐 아니라 태풍 대비란 큰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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