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장관 3명-부처 2곳 제재… 펜스 급파 ‘쿠르드와 휴전’ 촉구
시리아군, 쿠르드 주요 거점 배치… 터키군과 대규모 충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을 막기 위해 14일 터키 정부와 철강 산업 등을 겨냥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공격 중단을 요구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터키로 급파하기로 했다. ○ 철강 관세 및 정부 인사 자산동결
미 재무부는 이날 터키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 파티흐 된메즈 에너지장관 등 장관 3명, 국방부와 에너지부 등 2개 부처를 제재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들은 미국과의 거래가 금지되고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된다. 미국은 또 1000억 달러(약 118조5500억 원) 규모로 진행하던 터키와의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현재 25%인 철강 분야 관세도 50%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침공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시행하라. 쿠르드족과 협상을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펜스 부통령에게 터키-쿠르드 휴전 및 협상을 타결할 대표단을 이끌고 터키로 가라고도 지시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서도 “터키의 행위는 인도주의적 범죄를 부추기고 전쟁 범죄가 일어날 상황을 만들고 있다. 터키 지도자들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길을 계속 간다면 터키 경제를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강행해 터키의 침공을 묵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재 조치는 최근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미 공화당조차 비판적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14일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면 우리가 없애려고 노력한 바로 그 환경이 다시 조성되고 이슬람국가(IS)가 부활할 것”이라며 우려를 밝혔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을 되돌리도록 촉구하고, 터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이 결의안의 필요성에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 터키 vs 시리아군 정면충돌 우려
터키군을 물리치기 위해 쿠르드족과 손잡은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군대를 국경지역 주요 거점에 배치했다. 시리아 사나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군은 만비즈, 아인이사, 텔타메르 같은 요충지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 이 와중에 터키군, 친터키 성향의 반군인 시리아국가군(SNA)도 만비즈 쪽으로 이동 중이어서 양측의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유엔은 7일 터키의 군사 작전 개시 후 13만 명 이상의 쿠르드족이 거주지를 떠났고, 총 4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CNN 등은 미국 관리를 인용해 터키군의 지원을 받는 현지 극단주의 연계 세력이 의도적으로 IS 포로들을 석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치안을 더 나쁘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제재와는 별도로 “시리아 북동부에 남아 있는 미군을 철수시키고 있다”며 철군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원인 터키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에 배치했던 약 50개의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할 때 당분간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대혼란이 좀처럼 가라앉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터키와의 분쟁에 미군을 끌어들이기 위해 쿠르드족이 IS 전사였던 포로들을 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국방부 관계자는 “쿠르드족은 IS를 물리쳤고, 우리 군대를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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