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7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사살했다고 발표하면서 IS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과거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사살된 이후 알카에다가 분열한 것처럼 IS도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외신들은 IS가 이르면 수일내 후계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알 바그다디의 사망에도 IS 붕괴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중동연구소 소장인 폴 살렘은 미국 공영방송 NPR에 “알 바그다디 죽음이 IS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타격”이라면서 “이슬람국가라는 사이비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바그다디의 리더십이었다”고 말했다. 최소한 수년간 쇠퇴가 불가피하는 전망이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부(CIA) 중동 전문가인 노먼 롤은 타임지에 “무장단체 지도자들의 죽음은 종종 내부 분열과 전략 수정을 초래한다”면서 “IS가 여러 방향으로 분열될 수 있다. 알 카에다와 다시 손을 잡을 수도 있고, IS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보복 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고 했다.
보안 컨설팅업체 플래시포인트 글로벌 파트너 대표인 에반 콜맨은 뉴욕타임스(NYT)에 알 바그다디의 사망이 IS 지도부간 후계자 투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점쳤다. 알 바그다디는 자신이 죽더라도 IS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자신의 권한을 수하들에게 나눠준 바 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알 바그다디의 행방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는 불만을 품은 IS 조직원으로부터 나왔다고 전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정보당국자는 체포된 알 바그다디 측근들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부연했다.
알 바그다디는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제거작전과 IS 내부 배신을 피해 운전사와 소수의 경호원만을 거느린채 은신처를 옮겨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수괴를 사살하는 것으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을 섬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국가들의 만연한 부패와 그로 인한 국가 공백 상태, 이슬람 원리주의의 기승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성장 토대를 척결하지 못하는 한 언제든 제2의 알카에다 또는 제2의 IS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파이살 이타니 선임연구원도 WP에 “IS의 군사적 성과는 알 바그다디의 특별한 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면서 “시리아와 이라크의 국가 운영 실패, 이슬람 종파 분열, 바트주의자(이슬람 민족주의자), 이념(이슬람 극단주의)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이 지난 2011년 빈 라덴을 사살했지만 알 카에다는 분열과 합병을 거듭하며 세를 불렸고 결국 IS라는 사생아를 탄생시켰다. 중동 전문가인 제니퍼 카파렐라 전쟁연구소 연구실장은 NYT에 “불행히도 수괴를 제거하는 것은 테러조직을 섬멸하는 방법이 아니다”면서 “빈 라덴을 사살했지만 알 카에다는 계속해서 전 세계로 팽창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IS는 현재 영토를 모두 잃기는 했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14개의 지부를 만들어 내는 등 테러단체로서 뿌리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타임지는 미군들 사이에서는 IS 지도부 제거를 ‘풀을 깎는 일’에 비유한다고도 전했다. 미군이 IS 지도부를 수차례 사살했지만 쉽게 대체하고 다시 조직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군 중장 출신이자 IS 관련 초기 작전임무를 수행했던 마이클 나가타는 타임지에 “알 바그다디 사살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IS에 치명적인 타격은 아니다”면서 “IS는 젊은 지도자급 간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IS의 인력풀은 테러집단으로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IS는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1만4000~1만8000명의 조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는 IS 잔당 1만2000여명과 그 가족 7만여명이 30개 수용소에 구금돼 있다. 미군은 지난 2월 IS가 이르면 6개월, 늦어도 12개월안에 시리아에서 재발호할 것이라는 발표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대테러 전문가를 인용해 이르면 수일내 IS가 후계자를 지명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누가 후계자가 될지를 두고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타임지는 미국 대테러 전문가를 인용해 유력한 후보자로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이라크군 장교로 복무했던 IS 사령관 아이야드 알 오베이디를 지목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오베이디의 행방은 묘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2016년 이라크군 공습에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뉴스위크는 IS 홍보매체 알 아마크가 지난 8월 알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던 압둘라 카르다시를 지목했다. 카르다시도 이라크군 장교 출신으로 알 바그다디처럼 2003년 알 카에다 연루 혐의로 미군 수감시설에 수감된 이력이 있다. 현지 정보기관 관계자는 “카르다시가 IS 수괴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알 바그다디가 후계 구도에 대한 지시를 남겨뒀을 가능성이 높지만 분명한 후계자는 없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WP에 “미국은 알 바그다디의 후계자 물망에 올라 있는 IS 조직원 6명의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이들은 흩어져 있지만 미국 정보당국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대테러 전문가 히샴 알 하세미는 WP에 “(이라크 태생인) 알 바그다디 측근들이 많이 사망됐기 때문에 비(非)이라크 출신 IS 지도부가 탄생할 수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 출신 수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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