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티븐 비건(56)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국무부 2인자인 부(副)장관으로 발탁했다. 승진 이후에도 대북 협상 담당자로서의 직무는 그대로 유지한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로 부임하는 존 설리번 부장관의 후임으로 비건 대표를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비건 대표는 대북정책특별대표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일상적인 협상 관리는 부관인 앨릭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내년 캔자스주 상원의원직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 사령탑이 비건 대표로 교체될 가능성에까지 주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는 의혹에 처해 있으며, 올해 들어 연고지인 캔자스주를 자주 방문하면서 상원의원 자리를 노린다는 추측이 계속되고 있었다.
WP는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를 떠날 경우 비건 대표가 국무장관 직무대행을 맡을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는다면 정식으로 국무부 1인자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무부 부장관은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만 정식으로 임명될 수 있다. 비건 대표는 공화당원이지만 민주당에서도 전문성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어렵지 않은 통과가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냈던 애시 카터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같은 직에 있었던 윌리엄 코언은 비건 대표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특히 코언 전 장관은 비건 대표가 “폭넓은 정치적 스펙트럼과 세계 곳곳에서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비건 대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밑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다. 2008년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러시아 문제에 정통하다는 경쟁력도 있다. 그는 미시간대 재학 시절 러시아어를 전공했으며,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모스크바 소재 공화당 싱크탱크 국제공화당연구소(IRI)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었다. 민간 분야에서는 14년간 포드자동차에서 국제 대관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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