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에서 “정숙(Order)”을 외치는 소리가 달라지게 됐다.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의 후임으로 노동당 출신 린지 호일 경(62)이 4일 선출됐기 때문이다.
영국 BBC와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4차 투표에서 호일 경은 후보로 나선 7명의 의원들과 경합을 벌여 제158대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그는 총 325표를 얻어 2위인 같은 당의 크리스 브라이언트 의원(213표)보다 114표나 많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린지 신임 의장은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영국 하원이 이번 주 해산한 후 다음달 12일 총선을 치르기 때문이다. 그는 전임자인 버커우 의장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브렉시트에 대한 표결 과정에서 중립성 벌어진 점을 의식한 듯 선출 직후 “나는 중립적이고 투명할 것이며, 의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선 후 구성될 새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크게 내세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냐, 아니냐’를 두고 의사를 밝히지 않은 극소수의 하원의원 중 한명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새 의장 선출 후 보리스 존슨 총리는 “호일 신임의장은 합리성과 친절함으로 평의원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새 의장이 사안을 꿰뚫어 보는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애들링턴 출생인 호일 신임의장은 1997년 처음 하원의원에 선출됐다. 전 노동당 하원의원 더그 호일의 아들인 탓에 ‘부자(父子) 의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2004년 당시 같은 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대학등록금 인상법안을 두고 극렬한 대결을 벌이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블레어 총리가 등록금을 최대 3배 가까이 올리려 하자 당시 노동당 의원이던 호일 신임의장은 “가난한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막는다”며 이를 막으려 했다.
그는 2010년부터 하원 부의장직도 맡아왔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기사 작위를 받았다. 평소 말수가 적고 신중해 동료들로부터 신뢰가 높다. 2017년 딸이 자살한 아픔도 겪었던 그는 의장에 선출되자 “딸 나탈리가 여기 있었으면 했다. 언제나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의장은 650명인 하원의 대변인으로, 각종 의회의 진행을 맡는다. 중립적 진행을 위해 의장은 의결권이 없다. 한번 의장이 되면 하원 총선에서 신분이 유지되는 한 본인이 사임하거나 큰 반대가 없으면 계속 의장직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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