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북한의 TEL에서 분리된 발사패드 활용을 두고 역량이 불완전하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TEL 차량이 다른 미사일을 추가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6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국장은 “북한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모든 TEL에는 분리할 수 있는 발사패드가 있다. 발사패드에서 발사한다고 TEL에서 발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틀린 말”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ICBM을 TEL로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북한은 2017년 7~11월 ICMB급 화성-14, 15형을 발사할 당시 미사일을 TEL로 운반한 뒤 지상 발사대로 옮겨 발사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까지 정 실장과 상반된 평가를 내놓으며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사일을) 운반만 하고 세운 것만으로는 TEL 발사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정 실장의 발언을 두둔했다.
그러나 루이스 소장은 “화성-14, 15형은 다소 이례적인 형태로 발사됐다. 발사패드가 TEL에서 분리되면 (미사일을 실은) 차량이 다른 미사일을 실으러 갈 수 있다”며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앤킷 팬더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분리해 발사한 것은 차량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며 “유사시에는 TEL에서 바로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ICBM의 TEL 발사 여부가 아니라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 개발이 더 시급한 위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TEL 이동시 연료 주입 차량과 인력 등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발사 전 미사일을 세워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고체연료 미사일은 즉각 발사가 가능해 탐지하기 어렵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도 9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북한이 함흥 미사일 공장 등에서 활발하게 고체연료 생산과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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