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라이버 “한미연합 군사훈련, 북한의 ’분노 레벨‘에 좌우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7일 22시 44분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 News1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 News1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6일(현지 시간) 종료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한일 양국의 ‘정치적 의지’가 있으면 해결할 길이 있을 것”이라며 파기 결정의 철회를 촉구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에 이어 지소미아 주무 부처인 국방부 고위인사까지 지소미아 파기를 막기 위해 한국을 협공하는 상황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reconcider)해 주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국이 끝내 지소미아를 파기해도 한미 동맹은 종료 이전과 똑같이 굳건히 유지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우리는 한국에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이달 시행 예정인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놓고 북한이 6일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서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의 ’분노 레벨(anger level)‘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며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가 이달 22일에 종료된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국 정부가 종료 결정을 재고해 주기를 바란다. 중국과 북한 (위협) 등 현재 직면하고 있는 안보 도전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다. 최근 한일 정상이 만난 것은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양국의 정치적인 의지가 있다면 풀려나갈 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과 일본이 이달 22일까지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의 ‘분노 레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외교적 (북-미 협상) 노력에 맞춰 규모와 범위 등을 조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조정이 우리의 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의회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 공간을 열어놓으면서도 (군사적) 준비태세와 상호운용성에 문제가 없도록 한국 쪽 카운터파트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그 의도는 무엇인가.

“북한이 시험발사를 계속 시도하고 있는 데에는 향후 외교(협상) 여지를 확보하거나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등의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것이다. 군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무기 역량을 증강하고 시스템을 현대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생산적이지도 않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에 대해 우리는 우려를 갖고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연말까지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연말까지도 진전이 없으면 미국이 ‘화염과 분노’ 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 진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 북한과의 협상이 그다지 잘 진행되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갖고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이 5배 인상과 함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증액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다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에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하다. 현재 협상이 더 실질적이고 미래에 서로에게 더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미래를 위한 비전의 측면에서 동맹에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 정책 같은 역내 현안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같은 광범위한 이슈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런 이슈들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 상황은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전환이 가능할까.

“모르겠다. 현재의 진행 상황과 속도, 정치적인 타임라인 등에 따라 전시작전권의 최종 전환 시점이 결정될 것이다.”

―미국이 유엔사령부 역할과 비중을 강화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사시 한반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유엔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며 사실상 유엔사를 주도하고 있다.

“나는 그런 논의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유엔군은 전쟁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실현 가능한 옵션인지 모르겠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밀착하고 있다. 양국 간 군사동맹 체결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그들의 관계개선 시도를 막을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두 나라는 아직 그럴 만한 상호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동맹관계를 맺을 정도의 협력 단계로 가기는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는 역내에서 서로 경쟁하는 사이로, 관계 개선 과정의 걸림돌이 많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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