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지역 여성 표심, 트럼프에 등돌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8일 03시 00분


美지방선거서 공화당 참패… 건보-총기규제 등 정책 반감 영향
민주, 버지니아 상하원 모두 장악… ‘트럼프에 손가락 욕’ 화제 싱글맘
공화당 현역 감독관 누르고 당선

2017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에 ‘손가락 욕’을 날려 큰 화제를 모은 ‘싱글맘’ 줄리 브리스크먼(52·여)이 5일 버지니아주 지방선거에서 루동 카운티 알곤키언구의 감독관(supervisor)으로 뽑혔다.

CNN 등은 이날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브리스크먼 후보가 52%를 얻어 공화당 소속 현역 감독관을 눌렀다고 전했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이날 밤 트위터에 문제의 사진을 다시 올린 후 “친구와 이웃들을 위해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남겼다. 감독관은 시의회 의원과 유사하게 해당 카운티 조례에 대한 입법 및 예산감독 권한을 갖는다. 임기는 4년이다.

버지니아의 한 마케팅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브리스크먼은 2년 전 근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후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던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 손가락을 세웠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회사는 소셜미디어 사용 규정을 어겼다며 그를 해고했다.

5일 미시시피, 켄터키, 버지니아, 뉴저지 등 4개 주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은 미시시피 외에 3개 주에서 모두 참패했다. 이를 두고 대도시 교외 유권자들의 반(反)트럼프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대도시, 공화당은 시골에서 강세를 보였다. 백인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대도시 교외 지역은 선거 때마다 공화와 민주 지지를 오가는 핵심 부동층 집단으로 분류된다.

AP통신은 건강보험, 교육, 총기 규제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타협 없는 강경 정책이 특히 교외 거주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저속하고 반이성적이며 인종차별적인 대통령의 언행이 중산층의 미덕인 정중, 공정, 희생 등과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백인 여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며 내년 11월 대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격을 당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공화당 텃밭인 남부 루이지애나로 달려가 16일 주지사 선거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미시시피 주지사를 비롯해 켄터키와 미시시피에서 공화당이 13개의 승리를 얻었다”며 애써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의미를 축소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손가락 욕#줄리 브리스크먼#감독관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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