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 “북한이 더 안정적인 안보 환경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면 인위적인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26일 도쿄 주재 대사관에서 한 기자회견 당시 북한이 올 연말까지를 시한으로 비핵화 문제 등에 관한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한 질문에 “내가 알기론 (북미 협상에) 시간제한을 둔 적이 없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특히 북한이 지난 1994년 남북 실무접촉 당시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던 이른바 ‘불바다’(Sea of Fire) 발언을 예로 들어 “(북한의 ‘연말 시한’ 설정도) 허세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에도 그들에게 효과적인 ‘전술’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 보유는 그들(북한)의 안전을 돕는 게 아니라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북한이 비핵화와 함께 안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덜려면 미국 등과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에 대해선 줄곧 ‘인내하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해왔다. 하룻밤 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우린 그들(북한)이 계속 협상하길 바라지만, 그들은 정치적·국내적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만 만큼 다시 물러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린 그들에게 움직이고 조정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목표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임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최근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과 관련, ‘북한이 넘어선 안 되는 레드라인(한계선)이 뭐냐’는 질문엔 “‘레드라인’이 뭔지 안다는 건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엔 모호성을 남겨두는 게 도움이 된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동맹국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야(모호성을 유지해야) 협상을 벌이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도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데도 괜찮다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북한과의 초기 협상결과 가운데 하나는 핵실험이든 탄도미사일 발사든 어떤 형태의 안보리 결의 위반도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이 명심하게 만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의 대응방식엔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며 “항상 제재와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지난달 2일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선 “분명히 다른 종류의 위협이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미 협상의 궁극적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란 점 또한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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