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기업가치 1734조원… 한국기업 “중동 기회의 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9일 03시 00분


아람코 기업공개 승인에 주목 받는 사우디 초대형 개발 사업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3일 국영 석유사이자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승인했다. 각국 투자은행(IB) 업계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약 1조5000억 달러(약 1734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분 5%만 시장에 내놓아도 750억 달러(약 88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석유 중심의 자국 산업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아람코 IPO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사우디의 산업구조 개편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들이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삼성그룹이 건설비용만 80억 달러(약 9조 원)에 달하는 사우디의 ‘끼디야(Qiddiya)’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조성 사업에 합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 남서 방향으로 차로 약 40분 거리(45km)에 있는 사막 지대에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전체 규모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334km²)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끼디야에 들어서는 5개 경기장과 공연시설 건설을 담당한다. 또 삼성전자, 삼성SDS, 에스원 등의 계열사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각 첨단 전자제품, 정보기술(IT) 시스템, 보안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만나는 등 중동 지역에 공들인 행보가 결실을 봤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동은 21세기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해왔다. 중동 현지에선 삼성그룹이 사우디 정부의 또 다른 초대형 개발 사업인 ‘네옴 프로젝트’와 ‘홍해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사우디의 초대형 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유럽 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우디 대형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신도시 개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수주 경쟁에서 해외 기업에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이 7월 사우디에서 3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고, 대림산업은 아람코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점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아람코는 현대중공업그룹을 통해 조선업 육성도 모색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가 수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을 키우길 원했고, 이를 조선업으로 선택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 등 4개 회사와 합작해 설립한 사우디 조선사 IMI의 지분을 20% 보유하고 있다. IMI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사우디 동부 라스 알카이르 지역에 선박과 해양플랜트, 엔진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초대형 조선소를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IMI와 설계 기술 판매, 변압기 공급 등의 계약도 체결했다.

아람코는 수소 연료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차 보급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을 추진한다. 사우디 현지에 수소전기차를 도입해 실증 사업을 진행한 뒤 대규모 보급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민구 warum@donga.com·유근형·정순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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