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집중 시위 평일까지 확대… 총탄 맞은 20대 위기 넘겼지만
시위대-경찰 충돌 더 격해져… 경찰 진입 중원대는 전쟁터 방불
美국무부 “우려 갖고 주시” 성명
홍콩 경찰이 비(非)무장 시위대를 조준 사격해 충격을 준 가운데 12일 홍콩에서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에 나선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충돌로 한밤까지 도시 곳곳이 큰 혼란에 빠졌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필요하면 중국 본토 무장경찰과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부대가 기본법에 따라 홍콩 경찰을 지원할 것”이라며 군대 투입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 매체가 군 투입론을 주장한 것은 7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홍콩 정부는 또다시 강경 진압 방침을 밝혔다.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대의 교통 방해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중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가 9∼11일 홍콩에서 멀지 않은 하이난섬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시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람 장관이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 부총리를 만난 뒤 홍콩 경찰의 진압 강도가 더 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홍콩에서 체포된 사람만 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0일 하루에만 11세 어린이를 포함해 26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주말 시위를 벌였던 시위대는 이번 주부터 평일에도 교통을 방해하는 ‘새벽 작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위를 시작했다고 SCMP가 전했다.
시위대는 12일 출근길 지하철 운행 마비를 시도했다. 홍콩 도심 곳곳 지하철역이 긴급 폐쇄되고 운행이 중단됐다. 샤틴역 철로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돌로 지하철이 역사에 진입하지 못했다. 임신부와 노인 등 승객들은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역까지 100m를 걸어야 했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중심부인 센트럴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머리 부위에 맞아 온몸이 피범벅이 됐다.
이날 밤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한 홍콩중원(中文)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이 시위대 체포 명목으로 중원대 안으로 최루탄을 쏘며 진입하면서 시위대와 맞섰다. 대치가 격화되자 로키 퇀 중원대 총장이 현장에서 양측의 대화를 시도해 경찰이 현장을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저녁부터 최루탄과 고무탄 총을 쉴 새 없이 발사했다. 중원대 안 수백 명의 시위대는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중원대 등 홍콩 상당수 대학들은 13일 강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성당에 경찰이 진입해 시위대를 폭행하는 영상, 임신한 여성이 무장경찰에게 둘러싸여 최루액을 맞고 끌려가는 영상이 공개돼 시민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앞서 11일 사이완호에서 홍콩 경찰이 쏜 권총 실탄에 맞아 생명이 위독했던 초모 씨(21)는 현재 안정을 찾았으나 경찰이 초 씨를 불법 집회 혐의로 체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1일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은 홍콩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홍콩 경찰과 시위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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