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표 아이돌도 데뷔 20년만에 MV 공개…케이팝 성공전략 따르는 日음악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16시 55분


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케이팝(K-Pop)은 멋있고 쿨하고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팝을 이겨야한다기보다는 제이팝(J-Pop)답게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기자회견장에 선 일본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의 멤버 사쿠라이 쇼(櫻井翔)는 한일 대중음악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을 했다. 1999년에 데뷔, 올해로 20년 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아라시는 음반 판매량 3000만 장에 빛나는 일본의 대표 아이돌 그룹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한류의 성지에서 (그룹명과 같은) ‘폭풍(아라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라며 이들의 동남아시아 홍보 활동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최근 아라시는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자신들의 채널을 만들고 대표곡 및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발표된 곡들도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 전까지 이들의 음악을 들으려면 CD를 구입해야 했다. 특히 이들의 소속사인 ‘자니스’는 음반 판매를 위해 음악의 온라인 유통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여전히 일본 내에서는 CD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전체 음악 시장의 60%까지 커졌지만 일본은 음악 시장 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임에도 디지털 시장 규모는 20%에 머물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일본 음악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성공 이후부터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소위 ‘칼 군무’를 앞세운 한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등 온라인에 유통되며 세계 팝 시장에 이름이 알려졌고 이들의 음악 역시 ‘아이튠즈’ 등 해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세계에서 손쉽게 한국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일본 음악 시장에서는 뮤직비디오 한 편을 공개해도 CD 판매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1분 내외의 ‘쇼트 버전’만 공개하는 기획사들이 적지 않았다. 유통 뿐 아니라 콘텐츠적인 면에서도 획일화된 귀여운 아이돌 이미지를 강조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80, 1990년대 높은 음악성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던 것과 다른 양상을 보여 온 것이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아라시의 뮤직비디오, 음원 온라인 유통에 대해 “그 전까지 일본 음악 시장은 소위 ‘디지털 쇄국 정책’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사회학자 오오타 쇼이치(太田省一)는 “(온라인 시장의 진출을 통해) 이제부터 제이팝과 케이팝은 라이벌 관계가 돼 간다”고 말할 정도로 제이팝은 케이팝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방탄소년단을 본 뜬 ‘탄도소년단’이라는 남성 댄스 그룹이 결성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을 의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문화가 국가 이미지 및 국가 영향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국가 영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 BBC 보도를 인용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37%에 달한다”며 “과거 일본과 큰 격차를 보였는데 14%포인트로 격차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 정부가 주도해 일본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며 나온 이른바 ‘쿨 저팬’은 최근까지 투자비만 약 620억 엔(약 66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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