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난데없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미 정부 당국자들 또한 당혹스러워 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CNN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의회 보좌진과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내년 한반도 주둔 비용으로 한국 측에 현재의 약 5배 금액을 부담토록 요구하고 있다. 이 액수는 ‘난데없이’(out of thin air) 튀어나온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현재 한미 양국 정부는 내년도 주한미군 경비 등에 대한 한국 측 부담액을 정하기 위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 한국 정부는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원을 냈지만, 미 정부는 내년엔 그 5배가 넘는 최대 50억달러(약 5조8290억원) 상당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50억달러를 얘기했다가 국방부·국무부의 설득 끝에 47억달러(약 5조4802억원)로 줄였다”며 “그러나 47억달러 역시 난데없긴 마찬가지여서 당국자들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허둥댔다”고 부연했다.
실제 미국 측은 이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과거와 달리 현재 주둔 중인 인원의 인건비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순환 배치하는 병력·장비에 관한 비용도 ‘청구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 의회 관계자는 “우리가 무력시위 차원에서 한반도에 폭격기를 보낸 경우에도 ‘우버 운전자’를 불렀을 때처럼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이 이번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하수·오물처리 비용까지 한국 측 부담으로 돌리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국무부·국방부가 50억달러란 숫자를 맞추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5월 공화당 지지자 대상 집회에서 “우리가 매년 방위비로 50억달러를 부담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들은 5억달러밖에 내지 않는다”며 “겁나 부자이면서 어쩌면 우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를 지키느라 45억달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부자 나라’가 어딘지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그 나라가 ‘한국’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미 의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서 50억달러란 숫자를 꺼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CNN이 전했다.
이와 관련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한미정책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빌미로 (한국에) 극단적인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는 양국관계에 좋지 않다. (한국으로선) ‘보호자’·‘동맹 파트너’ 미국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미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지난 수십년 간 한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다”며 “이제 한국은 세계의 주요 경제국 가운데 하나이고, 한국인들도 궁극적으론 안보를 스스로 지키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들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기초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이 그 기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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