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후통첩’이 있었지만 17일 홍콩에서는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어쩌면 최후통첩이 시위의 불꽃을 더 태우게 했는지도 모른다.
시위대는 ‘최후의 보루’ 홍콩이공대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고, 경찰은 이날 밤 9시10분(현지시간)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응급대원과 기자들에게 즉시 빠져나갈 것을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캠퍼스 안에 기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 수백명을 체포한 상태다. 이를 막기 위해 홍콩 입법회 야당 의원 7명이 정문에 나와 있다.
최루액 물대포와 화염병으로 맞서던 이날 오후 집회에서는 현장에 있던 경찰 1명이 시위대가 쏜 불화살에 맞았고, 저녁 8시40분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경찰 장갑차가 불타는 일도 발생했다.
이날 저녁 8시 이후 대학을 나가는 모든 문은 봉쇄된 상태다. 한국인도 많이 찾는 침사추이에선 경찰이 총을 쏘며 시위대를 쫓고 있다. 역시 번화가인 몽콕에서는 시위대 100여명이 거리 곳곳에 불을 지르고 있다.
홍콩 교민들은 교민 단톡방을 통해 “오늘이 ‘엔드 게임’인 것 같다. 혹시라도 이공대에 한국인이 남아 있다면 영사관에 즉시 도움을 요청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경찰 측의 살수차, 시위대의 불화살·화염병이 대치를 이어가던 이공대 상공에는 인민해방군이나 홍콩 경찰로 추정되는 군용 헬기가 계속 돌았다.
홍콩 경찰은 밤 9시30분쯤 “다음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공대 캠퍼스를 떠날 기회를 주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기자가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자 눈에 직접 불빛을 비추고 손을 만지작거리며 위협을 가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중국 기자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자 ‘바퀴벌레’라고 불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센트럴에서는 베를린장벽 30주년 붕괴를 기념하는 집회가 열렸다. 금융가가 몰려 있는 센트럴은 홍콩에서 부유층이 몰려 있는 곳이다. 센트럴 집회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영상과 시위대의 발언만 있었고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끝났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 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불시검문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인민해방군이 곧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공대에서 만난 한 22세 학생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도로 청소 작업이 시위대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물론이다. 우리는 언제나 중국 정부로부터 위협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들 시위대는 모두 유서를 써놓고 학교에 남아 있다고 한다.
학생 시위대를 돕기 위해 왔다는 40대 구급대원은 “(중국군의 행동이) 경계선을 넘어섰다”며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가 격화하자 홍콩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홍콩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내린 전면 휴교령을 18일까지 하루 더 연장했다. 학교가 중단된 것은 이날로 닷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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