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등법원이 18일(현지시간) 시위대에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106쪽짜리 판결문에서 “복면금지법은 합리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 비례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홍콩의 헌법 역할을 하는 ‘기본법’에 위반한다고 결론지었다.
판사들은 이 법이 경찰에 마스크를 벗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 “불균형적인 조치”라면서 “사실상 경찰관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 한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상 상황일 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헌인지 여부는 거론하지 않았다.
복면금지법은 홍콩 자치정부가 긴급상황규례조례(긴급법)를 52년만에 발동해 입법회(의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지난달 4일 공표한 법으로, 같은 달 5일 0시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공개 집회 중에 얼굴을 가리는 물건을 착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만5000홍콩달러(371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복면금지법은 경찰관들에 국민들에게 강제로 “복면을 벗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1만홍콩달러(148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동안 홍콩 시위대는 최루탄과 고무탄 등 경찰의 진압 장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과 마스크, 방독면 등을 착용해왔는데 이를 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사실상 시위대의 체포를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SCMP는 지난 7일을 기준으로 이 복면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남성 247명과 여성 12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24명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되는 중이다.
홍콩 경찰이 지난 13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발발 이후 40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들 중에 39.3%는 학생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