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19일 출간 예정 NYT 익명 기고자 신간 ‘경고’ 사전 입수
신간 “트럼프, 평소 미 정부 기관보다 푸틴 더 신뢰”
“푸틴 외 다른 ‘스트롱맨’에도 약점 잡힌 듯”
트럼프-백악관 직원 관계 악화 심각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로 백악관의 난맥상을 폭로한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신간 ‘경고(A Warning)’의 사본을 CNN이 사전 입수해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NYT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를 자처하며 “돌발적이고 적대적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나라를 우선시 하는 이들의 ‘조용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이 기고자는 19일 출간 예정인 이번 신간에서 두 번째 폭로를 이어갔다.
CNN은 “익명의 책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eye-popping)의 세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중 일부는 그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머니 속’에 있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미국 정부 기관보다도 푸틴 대통령의 말을 더 신뢰했기 때문. 저자는 신간에서 “한 전직 고위 연방수사국(FBI) 관료가 특정 국가의 미사일 개발 능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그는 ‘푸틴 대통령은 다르게 말했다’며 FBI 관료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각국의 다수 ‘스트롱맨’들에게도 약점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사우디 기자 자말 카슈끄지 살인 사건을 사우디 왕실에 큰 문제 삼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신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직원들 사이의 뒤틀린 관계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자는 신간에서 참모진 사이에 “사보타주(sabotage·고의 방해 행위)를 벌여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를 촉발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며, 이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참모들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파면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대통령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해 일부러 ‘해로운 간언’을 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직원들을 향한 불신이 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참모 외의 직원들의 충성심을 늘 의심했으며 특별히 보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닐 때도 종종 정무직 공무원만 불러 회의를 열었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많은 백악관 직원들이 저마다 사직서를 한 장 씩 품고 있다고 한다. 신간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 명령을 번번이 좌절시킨 연방 판사들의 규모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이 저자의 관료의 익명 기고문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민낯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내용 일부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NYT에 실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전직 또는 현직 고위 관료로만 알려진 이 저자를 두고 “익명의 기고문은 믿을 수 없을뿐더러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한편 “NYT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해당 인사의 신원을 백악관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드워드 기자의 책이 발간됐을 때와 비슷한 종류의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 ‘공포’에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기며 등장인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매티스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전격 경질된 데에는 이 책의 영향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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