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市 “방독면 쓴 학생들 모습, 홍콩의 복면 쓴 반중시위대 연상시켜”
작가 “2차대전 모티브로 한 反戰 메시지의 작품” 해명했으나 전시 취소
홍콩 반중(反中)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격한 무력 진압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다시 심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반전(反戰) 메시지를 표현한 중국계 미국 화가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던 중국 베이징 울렌스현대미술센터(UCCA)의 대형 전시가 개막을 불과 2주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20일 뉴욕타임스(NYT)는 “UCCA가 다음달 6일 개막할 예정이던 작가 헝리우(劉虹·71)의 기획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며 “베이징 시 당국이 중국으로의 작품 반입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UCCA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전시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갑작스럽게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작품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몇 해 전에는 아무 탈 없이 열렸던 내용의 전시가 이제는 열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헝리우는 중국 창춘(長春)에서 태어나 화가로 활동하다가 문화혁명 중이었던 1968년 베이징 북쪽 화이러우(懷柔) 농촌으로 보내져 5년간 강제노동을 하는 처분을 받았다. 1984년 미국으로 이민한 뒤 젊은 시절 중국에서 익힌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화법과 미국에서의 생활 체험을 버무려낸 역사적 주제의 회화 작품으로 명성을 쌓아 왔다.
NYT는 ”헝리우는 강렬한 사회적 역사적 주제를 담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베이징 기획전에 선보이려던 회화 30여 점은 대부분 문화, 성(性), 역사 등의 주제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고 전했다.
베이징 당국은 문화혁명 당시 총을 메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1993년), 여학생 12명이 방독면을 쓰고 줄서 있는 모습을 담은 ’난징(南京)의 12개 머리핀‘(2011년)을 포함한 9개 작품에 대해 특히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헝리우는 ”베이징 시 당국자에게 ’난징의 12개 머리핀‘은 제2차 세계대전을 모티브로 반전 메시지를 담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국자는 이 그림이 중국의 당면한 현실에 대한 발언을 담은 작품이라고 단정한 듯했다“고 말했다.
방독면을 쓴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중 시위의 복면 쓴 참가자들을 연상시킨다는 것. 헝리우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받은 9개 작품을 전시에서 제외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결국 거절당했다. 매우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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