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이상 진행돼온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높은 기회비용을 감수하며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북한의 고립 상태가 오히려 핵개발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 의회 설립 교육연구조직인 이스트웨스트센터 소속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온라인 동아시아 전문 매거진 더 디플로맷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습득 시대가 끝나고 사실상 영구적인 핵무기 국가로서의 북한의 시대로 바뀌었다는 결론이 정당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로이 연구원은 “북한은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대체로 실패한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강력한 핵보유 의지 ▲경제적 고립 ▲북한과 가까운 서울의 위치가 북한의 핵보유 성공 요인이 됐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정권 정당성 확보 및 국제적, 특히 대미 압박 수단으로써 핵보유 의지를 다져온 것으로 보인다. 로이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새로 입증된 역량으로 2018년의 외교적 고립 상태를 극적으로 타개하고 미국에게 양보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핵보유 여부가 미국의 공격 여부를 가름한다는 게 북한의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 연구원은 “북한은 핵무기(보유 여부)를 미국이 군사공격을 가한 적성국과 그러지 않은 적성국 간 차이로 여긴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고 했다.
북한의 경제적 고립이 오히려 핵보유를 수월하게 했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로이 연구원은 “미국의 분노를 촉발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북한은 미국의 강압에 제한적으로 노출됐다”고 했다. 제재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북미 무역은 사실상 제로”라며 “양국은 공식 외교관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원국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북한의 경제적 웰빙은 대부분 중국의 손아귀에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겉으로는 미국의 비핵화 관점에 동의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상쇄해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기고문에는 아울러 한국 수도 서울의 위치도 북핵 개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북한군은 한국 수도를 향한 수천개의 포열과 로켓 발사관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울은 한국 인구 3분의 1이 살고 부의 절반이 집중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서울 역시 쑥대밭이 되는 상황이 결국 북한의 핵실험 등 위기 발생 시마다 미국과 한국의 행동을 제약했다는 논리다.
로이 연구원은 다만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를 정권의 승리로만 해석하는 데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쏟은 상당한 자원은 최소한 부분적으론 낭비됐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 침공은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핵이라는) 트로피는 정부의 실정과 외부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에게 높은 기회비용을 가져다줬다”며 “북한의 ‘핵클럽’ 진입을 약자의 승리라고 축하해줄 관찰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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