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스캔들, 트럼프-폼페이오-펜스 모두가 핵심인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3시 00분


EU주재 美대사 탄핵 청문회 증언
입증할 이메일도 하원에 제출…“군사원조에 대가성 있었다”
탄핵조사에 거리 뒀던 폼페이오…폭탄 증언으로 논란 휘말릴듯

트럼프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메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앞서 자필로 쓴 메모. “나는 (우크라이나에)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메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앞서 자필로 쓴 메모. “나는 (우크라이나에)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트위터 캡처
“모두가 핵심 일원이었다(Everyone was in the loop).”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 문제 수사를 우크라이나 측에 요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믹 멀베이니 대행도 이 사실(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압박 지시)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이메일들을 하원에 제출했다. 그동안 국무부 직원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 있던 폼페이오 장관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무부 관리들이 탄핵조사에 증인으로 불려갔지만 손들랜드 대사는 폼페이오 장관 관련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런 과정에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핵심 관계자인데도 탄핵조사에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폼페이오 장관이 근 20년간 미국 외교 정책상 가장 논란이 되는 사건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손들랜드의 폭탄 증언으로 트럼프의 공화당 동맹이 흔들거린다”고 전했다.

손들랜드 대사는 앞선 비공개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가성(quid pro quo)’이 있었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20일 CNN 등에 따르면 손들랜드 대사는 청문회에서 “나와 다른 참모들은 우크라이나가 2016년 미국 대선과 부리스마홀딩스(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에너지 회사)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명시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이에 대한 수사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군사 원조를 지연시키는 것이 잠재적으로 대가성이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고도 밝혔다. 이번 탄핵조사의 핵심 쟁점인 대가성 유무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손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부고발이 발생한 이후인 9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앞선 지시와는 상반된 말도 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9월 9일 이뤄진 전화 통화만을 부각해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젤렌스키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를 노출시켰다. 그러고는 이를 읽어 내려가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말(final word)’”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이겼을 뿐만 아니라 (탄핵조사가) 끝나버렸다”고 말하며 탄핵조사가 미국에 큰 수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과 나는 어제 탄핵 장난질(hoax)에 당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변호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에게 접촉을 시도했다고 WP 등 미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다만 실제로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고발자에 대해 “그는 완전한 허구이자 정치적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전채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 탄핵조사#우크라 스캔들#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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