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뉴햄프셔 1위 이어 5차 TV토론회서 선전
'제2의 오바마' 연상…최초 성소수자 대선 경선 후보
경험부족·흑인유권자 지지 한계…'트럼프 대항마' 불안도
인구 약 10만명의 미국 작은 도시 시장인 37세 남성이 미국 대선 지형을 흔들고 있다. 주인공은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드벤드 시장.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 중 한 명인 그는 최근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기존 ‘3강 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
부티지지는 2012년 29세에 출생지인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으로 취임했고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 당시 득표율은 80%에 달했다. 민주당 지역 정치인이었던 그는 올해 4월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부티지지 시장은 하버드대(문학사, 역사·문학)와 옥스퍼드대(문학사, 정치·경제·철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매킨지&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2009년~2017년 미 해군 예비군 정보관으로 복무했다. 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엔 7개월 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됐다. 2015년 6월 커밍아웃을 했으며 3년 뒤인 지난해 6월 현 남편인 교사 채스턴 글래즈맨과 결혼했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만큼 난립하는 군소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 대선 풍향계로 일컬어지는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뉴햄프셔에서도 선두를 달리며 다른 유력 후보들을 긴장하게 했다. 지난 21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선전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젊은 피, 소수자’ 반란의 시작
부티지지 시장은 자신을 “유일한 좌파 성향의 몰타계, 미국인, 성공회교도, 게이, 밀레니얼 세대, 참전군인(I’m definitely the only left-handed Maltese-American-Episcopalian-gay-millennial-war veteran in the race)”이라고 소개한다.
기득권과는 거리가 있는 그의 이력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다. 그는 이 조사에서 25%의 지지를 받으며 기존 ‘3강’이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6%), 조 바이든 전 부통령(15%),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5%)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진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도 25%의 지지로 워런(15%), 바이든(15%), 샌더스(9%)를 큰 격차로 눌렀다.
지난 21일 열린 민주당 경선 5차 TV토론회는 그의 상승세를 여실히 보여줬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폴리티코 등 많은 현지 언론들이 그를 이번 토론회의 ‘승자’로 공통으로 꼽았다. 특히 전국 여론조사 1위를 지키고 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대비시키며 부티지지 시장의 상승세를 인정했다.
◇급진 후보와 차별화 전략…제2의 오바마‘ 연상
현지 언론과 분석가들은 그의 급부상 원인 중 하나로 ’중도 온건파‘ 성향을 꼽는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좌편향된 전략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워런 상원의원의 ’오바마케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중산층 증세 없는 전국민 의료보험)과 징벌적 부유세 도입, 샌더스 상원의원의 법인세 인상과 자사주 매입 금지 등 급진적인 주장으로는 중도층과 무당파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꺾을 ’온건한‘ 후보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부티지지 시장은 워런 상원의원의 의료보험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며 점진적인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의 발단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부티지지 시장을 ’제2의 오바마‘에 비유하기도 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함께 일한 경험을 토대로 “내 친구 버락 오바마”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과 달리 부티지지 시장은 ’오바마식‘ 화법과 전략을 구사하며 자연스럽게 연상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핑턴 포스트는 “부티지지 시장이 2020년 오바마로 변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희망과 변화를 설파했다면 부티지지 시장은 희망과 소속감을 외치고 있다”며 “제44대 대통령의 마법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초 흑인 대통령‘이라면 부티지지 시장이 당선될 경우 ’최초 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험·흑인유권자 지지 한계…’트럼프 대항마‘ 의구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는 부티지지 시장이 ’트럼프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하고 흑인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이들은 그가 인디애나주에서도 네 번째 규모에 불과한 인구 10만 명의 사우스벤드 시장인데다 중앙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을 불안해 하고 있다.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율도 한계도 지적된다. 초기 경선이 치러지는 남부 지역에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은데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전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흑인 미국인은 51%로 백인 미국인 62%보다도 낮다.
흑인 정치 행동을 연구하는 에모리대학의 정치학자 앤드리아 길레스피는 지난 17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잠재돼 있는 동성애혐오가 부티지지 시장을 냉철하게 평가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그들(남부 흑인 유권자)은 종교나 동성애라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밝혔다.
부티지지 시장은 흑인 유권자 지지와 관련해선 자신이 미국 내 소수자(동성애)로서 겪었던 부분을 상기하며 흑인 유권자들의 권리를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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