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홍콩 범민주 진영이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친중 진영은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했다.
25일 홍콩 01 등에 따르면 개표 작업이 이날 오전 12시45분(현지시간)께 마무리된 가운데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가운데 385석(85.2%)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민주 진영은 18개 구 가운데 리다오(離島)구를 제외한 17개 구에서 승리하면서 지방의회를 지배하게 됐다.
아울러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7명도 민주 진영이 싹쓸이했다. 이에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민주 진영의 우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반면 건제파(친중파) 진영은 59석에 그쳤으며, 중도파가 8석을 차지했다. 홍콩01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친중 후보들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이같이 참패한데 대해서는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중국 정부는 캐리 람 장관의 거취를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과반을 차지하기는 처음이다. 이번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캐리 람 장관은 25일 성명에서 “특구 정부는 이번 선거의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결과는 사회 현황과 심층적인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특구 정부는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등고, 진지하게 반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을 방문 중인 왕 위원은 “홍콩에 혼란을 조성하거나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대표도 3283표를 받아 샤틴구 렉웬 선거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샴 대표는 지난달 길거리에서 괴한들에게 테러를 당해 머리에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샴 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내가 (선거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청년층에게 표를 던진 것”이라면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체) 홍콩인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제 민의에 부응해 시위대 5대 요구를 수용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2014년 중국의 홍콩 행정장관직 후보 제한에 반대해 일어났던 ‘우산혁명’에 참여했던 시위 리더 5명도 건제파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반면 친중 성향 후보들은 홍콩 특구 정부의 영향을 받아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에 재선을 도전했다가 패배한 친중파 앨리스 막 의원은 “람 행정부의 잘못된 시정이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면서 “건제파는 이번 선거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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